[추창근 칼럼] 통일 준비 서둘러도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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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세 불확실성 갈수록 커져…통일기회 갑자기 다가올 수도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하고 노동당 규약에서 '김일성 조선'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한 것은 왕조(王朝)체제가 완성됐음을 의미한다. 통치권력의 세습은 오직 절대왕정 국가에서나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준비를 해왔다.
조선노동당 규약은 일당독재 북한 체제에서 헌법 위에 있는 규범이다. 과거의 '김일성이 창건한 맑스 · 레닌주의 당'이라는 표현이 '김일성의 당'으로 바뀌면서 예전에 없던 '김일성 조선'이 새로 들어갔다. 북한은 김일성이 창건한 김일성의 국가라는 얘기다.
이 같은 '김일성 조선'은 북한이 1998년 9월 개정한 헌법을 '김일성 헌법'으로 규정한 것과 정확히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 헌법 서문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창건자이며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이다'로 시작해,마지막 문장을 '공화국 헌법은 김일성 동지의 주체적인 국가건설 사상과 업적을 법화(法化)한 김일성헌법이다'로 맺고 있다. 김일성 · 김정일과 그 후대로 이어지는 세습왕조를 합리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반도 북쪽의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남쪽 우리의 안전과 평화에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록 허울에 불과하지만 공화정 국가에서,이미 실패한 왕조의 통치가 언제까지 갈 수 있느냐 하는 의문부터 제기된다. 2400만 주민의 가장 기초적인 먹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 정권이다.
그래서 한반도 정세의 모든 것이 불확실성의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황태자 김정은이 권력 전면에 나섰지만 아직 어떤 리더십도 검증되지 않았다. 김정일이 살아 있는 동안에야 별 탈 없더라도 권력승계와 우상화,통치기반 구축과정에서 내부의 권력투쟁이 어떻게 진행될지,어떤 무리수가 동원될지,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북한이 내부 불안을 외부 위기의 증폭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은 지금까지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더구나 북은 핵을 안고 있고,김정은은 첫 공개활동을 대규모 군사훈련 참관으로 시작했다.
갈수록 급변사태의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방아쇠가 무엇일지 알기 어렵다. 정세불안이 비등점으로 치닫는다면 북의 도발에 의한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또 북한정권 붕괴로 갑작스런 통일의 기회를 맞게 될 수도 있다. 급변사태가 아니더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북한 내부의 우연한 변화들이 연속적으로 전개되고 그것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필연으로 이어지면서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다가올 수 있다.
독일이 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뤄낸 지 지난 3일로 20년이 지났다. 베를린 장벽 붕괴로 물리적 통일은 달성한 지 상당한 세월이 지났음에도 화학적 통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동서독 주민들 간 소득 격차는 아직도 크고 심리적 갈등과 상호불신의 골 또한 깊다고 한다. 서독 주민에게 동독 사람들은 '게으르고 불평 많은 오시(ossi)'이고,동독 주민에게 서독 사람들은 '거만하고 잘난 체하는 베시(wessi)'인 것이다. 서독이 통일 이전부터 동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통일 이후 무려 3000조원으로 추산되는 자금을 지원했는데도 그렇다.
20년 전 동서독 주민들의 소득은 두 배 정도 차이가 났지만,지금 남북 간의 그 격차는 20배에 가깝다. 엄청난 통일비용이 들 수밖에 없고 보면 통일이 희망인 동시에 두려움이기도 한 이유다. 그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적 통일준비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통일세'를 비롯해 통일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대책을 서두르고,치밀한 통일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벌써 늦었다.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
조선노동당 규약은 일당독재 북한 체제에서 헌법 위에 있는 규범이다. 과거의 '김일성이 창건한 맑스 · 레닌주의 당'이라는 표현이 '김일성의 당'으로 바뀌면서 예전에 없던 '김일성 조선'이 새로 들어갔다. 북한은 김일성이 창건한 김일성의 국가라는 얘기다.
이 같은 '김일성 조선'은 북한이 1998년 9월 개정한 헌법을 '김일성 헌법'으로 규정한 것과 정확히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 헌법 서문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창건자이며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이다'로 시작해,마지막 문장을 '공화국 헌법은 김일성 동지의 주체적인 국가건설 사상과 업적을 법화(法化)한 김일성헌법이다'로 맺고 있다. 김일성 · 김정일과 그 후대로 이어지는 세습왕조를 합리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반도 북쪽의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남쪽 우리의 안전과 평화에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록 허울에 불과하지만 공화정 국가에서,이미 실패한 왕조의 통치가 언제까지 갈 수 있느냐 하는 의문부터 제기된다. 2400만 주민의 가장 기초적인 먹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 정권이다.
그래서 한반도 정세의 모든 것이 불확실성의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황태자 김정은이 권력 전면에 나섰지만 아직 어떤 리더십도 검증되지 않았다. 김정일이 살아 있는 동안에야 별 탈 없더라도 권력승계와 우상화,통치기반 구축과정에서 내부의 권력투쟁이 어떻게 진행될지,어떤 무리수가 동원될지,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북한이 내부 불안을 외부 위기의 증폭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은 지금까지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더구나 북은 핵을 안고 있고,김정은은 첫 공개활동을 대규모 군사훈련 참관으로 시작했다.
갈수록 급변사태의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 방아쇠가 무엇일지 알기 어렵다. 정세불안이 비등점으로 치닫는다면 북의 도발에 의한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또 북한정권 붕괴로 갑작스런 통일의 기회를 맞게 될 수도 있다. 급변사태가 아니더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북한 내부의 우연한 변화들이 연속적으로 전개되고 그것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필연으로 이어지면서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다가올 수 있다.
독일이 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뤄낸 지 지난 3일로 20년이 지났다. 베를린 장벽 붕괴로 물리적 통일은 달성한 지 상당한 세월이 지났음에도 화학적 통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동서독 주민들 간 소득 격차는 아직도 크고 심리적 갈등과 상호불신의 골 또한 깊다고 한다. 서독 주민에게 동독 사람들은 '게으르고 불평 많은 오시(ossi)'이고,동독 주민에게 서독 사람들은 '거만하고 잘난 체하는 베시(wessi)'인 것이다. 서독이 통일 이전부터 동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통일 이후 무려 3000조원으로 추산되는 자금을 지원했는데도 그렇다.
20년 전 동서독 주민들의 소득은 두 배 정도 차이가 났지만,지금 남북 간의 그 격차는 20배에 가깝다. 엄청난 통일비용이 들 수밖에 없고 보면 통일이 희망인 동시에 두려움이기도 한 이유다. 그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적 통일준비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통일세'를 비롯해 통일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대책을 서두르고,치밀한 통일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벌써 늦었다.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