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해 적극 뒷받침하고 싶습니다. 후배들이 언젠가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

원로배우 신영균씨(82)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80줄 들어 좋은 일을 남기고 싶어 명보아트홀과 제주도 신영영화박물관 등 5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영화인들에게 기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명보극장을 기증하면 헐릴 게 걱정됐습니다. 충무로 극장들의 영업이 잘 안되거든요. 스카라극장은 사무실로,국도극장은 호텔로 바뀌었어요. 그런데 아들(신은식 한주AMC 회장)이 명보극장을 영구히 보존하는 방법을 제안하더군요. 재단으로 하여금 극장을 운영토록 하는 것이지요. "

그의 이번 결정에 가족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아내는 '장한 일'이라고 했고 딸은 '멋쟁이',손녀는 '할아버지 존경해요'라고 말했다.

"제가 재산을 모은 이유는 배우가 위험한 직업이기 때문이었어요. 사고로 죽더라도 가족이 안전하게 살 방법을 강구했거든요. "

그는 과거 일화를 들려줬다. '5인의 해병'이나 '빨간 마후라'를 찍을 때 실감나는 장면을 얻기 위해 실탄을 쏘고 연기를 했다.

"액션 연기 도중에 죽는다면 명예스런 일이지만 남겨진 가족을 위해 부업을 갖기로 했어요. 명보극장 옆에서 명보제과를 시작했습니다. 장사가 잘 돼 35년 전 명보극장을 인수했어요. 영화박물관도 나이가 들어 연기를 못할 때 호텔이라도 지을 요량으로 만들었습니다. "

그는 재산을 불린 비결에 대해 무리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빚을 진 적이 없습니다. 남의 빚으로 투자하면 모험이에요. 저는 짜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제대로 베풀며 살지 못했어요. 그러나 배우로 정직하고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