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8일 만에 반등하며 1130원대로 돌아왔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4원 뛴 1130.7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지난밤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강세와 외환 당국의 공동검사 소식에 상승 압력을 받았다.

전일종가보다 5.7원 오른 1128원에 출발한 환율은 초반부터 반등세를 탔지만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이 공급되면서 상단을 제한당했다.

1120원대 후반에서 제자리걸음을 걷던 환율은 오전 중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선물환 포지션 검사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1130원 중반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날 한은과 금감원은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해 다음 달 5일까지 특별 외환공동검사를 실시,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의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은 외환·통화 스와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등 통화와 관련한 모든 파생상품을 포함한 선물환에 대한 포지션한도 규제를 신설하는 내용으로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일부터 시행된다. 국내은행은 전월말 자기자본의 50%, 외은지점은 250%까지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설정할 수 있다.

당국의 공동검사 소식에 역내외 쇼트커버(달러 재매입) 수요가 몰리며 환율의 반등세를 이끌며 장중 한때 1137.3원까지 올랐다.

오후 들어서는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발표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급반등세를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BOJ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기존의 0.1%에서 0.0~0.1%로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0.1% 동결을 예상했다. 이번 금리인하 결정을 통해 일본은 지난 2006년 7월 이후 4년 3개월 만에 사실상의 제로금리 시대로 돌아갔다.

금리인하 결정과 함께 국채와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 5조엔(약 67조원) 규모의 기금을 추가하는 경기부양책도 발표됐다. BOJ는 은행권에 대한 기존 대출프로그램의 규모는 30조엔(약 400조원)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BOJ의 발표 이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반등세를 나타냈고 역외 세력은 매도세로 돌아섰다. 또 네고물량이 꾸준하게 공급되면서 환율은 고점대비 오름폭을 반납, 1130원대 초반에서 거래를 끝냈다.

전승지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미 달러화 약세 흐름과 기술적 부담에 조정을 받는 장이었다"며 "한은과 금감원 발표 소식에 역내외 쇼트커버가 활발하며 추가 반등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전승지 애널리스트는 "BOJ의 금리인하 소식에 유로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타며 서울 환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 환시는 밤에 발표될 미 경기지표에 따라 조정 분위기를 이어갈 듯하다"며 "1130원이 강력한 지지선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적지만 부근에서 숨고르기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밤 미국 뉴욕증시는 미 경제지표의 혼조세와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에 1%가량 떨어졌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8월 공장 주문은 지난달보다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며 시장 예상치(0.4% 감소)를 밑돌았다. 그러나 전미부동산협회(NAR)가 발표한 8월 잠정주택판매지수는 2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보다 4.3%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2.5% 증가)를 웃돌았다.

국내 주식시장은 미 증시의 여파로 닷새 만에 숨고르기 장을 연출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35포인트(0.02) 내린 1878.94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0.23포인트(0.05%) 하락한 493.55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233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일본 증시는 BOJ의 발표에 힘입어 크게 올랐다.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37.70포인트(1.47) 상승한 9518.76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 증시 내림세에 오전 한때 3주래 최저치까지 내려갔던 닛케이지수는 BOJ의 발표 소식에 급반등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3693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83.76엔을 기록 중이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