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5일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약간 오해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8차 아시아 · 유럽정상회의(ASEM) 도중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갖고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을 찬성했고 이 사건 희생자에 대해 여러차례 애도의 뜻을 밝혔다. 사건을 일으킨 측에 대한 규탄의 뜻도 여러 차례 천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의 이런 조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 임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자바오 '천안함 오해'발언 의미는

원 총리는 천안함 사태를 북한의 소행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간접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지칭함으로써 천안함 사태에 중국이 미적지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한국측의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천안함 사건 이후 한 · 중간의 이상 기류를 차단하고,중국과 일본간 외교적 충돌에서 한국측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원 총리의 발언에 대해 "나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 지향적으로 늘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천안함 문제에 너무 집착한다고 볼 지 모르지만 남북관계에서 이런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짚고 넘어 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자주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식 개혁 · 개방을 적극 추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원 총리가 G20 서울 정상회의가 잘 개최되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이 대통령이이달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 동남아국가연합)+3'정상회의에서 한 · 중 · 일 3국 정상회담을 제의해 양국 정상이 이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ASEM회의서 한국 입장 대거 반영

ASEM회의는 이날 천안함 사태 규탄 및 주요 20개국(G20)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 등을 담은 '세계경제 거버넌스(관리체제)에 관한 브뤼셀 선언'과 의장 성명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의장 성명엔 북한의 천안함 침몰 소행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천안함에 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성명을 지지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또 북한이 모든 핵무기 및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포기토록 촉구했다. 지난 6월 설립한 한국의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주목한다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브뤼셀 선언에는 G20가 금융안전위원회(FSB)와 긴밀하게 협력해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을 신속하게 강화하도록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G20 서울 정상회의 때 IMF쿼터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뜻을 모았다.

브뤼셀(벨기에)=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