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1000만원씩 돈을 받고 100명이 넘는 학생을 부정입학시켜 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서울의 한 유명 사립초등학교장이 적발됐다. 사립초교의 '입학장사'가 적발되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부정입학을 대가로 받은 돈으로 비자금 약 18억원을 조성 · 운영한 혐의(횡령 등)로 오모씨(64)와 조모씨(63) 등 한양초등학교 전 교장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비자금 관리를 도운 학교 행정실장 정모씨(59)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와 조씨는 교장재임 기간인 2004년부터 올 8월 사이에 1인당 발전기금 100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학생 118명을 정원 외로 입학시키고 챙긴 돈을 학교 직원 이름의 차명계좌에 넣어 18억2000여만원의 비자금을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학 · 질병 등으로 정규 입학생 중 결원이 생기면 추가모집을 하지 않고 정원 외 학생을 집어넣는 수법을 이용했다. 비자금은 교사 외식비와 명절 떡값 등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조씨는 학교 시설 공사업체 7곳에 사업권을 준 대가로 2500여만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불법입학을 단속해야 할 관할 교육청은 매월 학교에 장학지도를 나갔지만 정원 외 입학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부정입학한 학생 118명의 명단을 관할 교육청에 보내 전학조처 등을 하도록 했다. 경찰은 다른 사립초교에서도 불법입학 관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