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의 젊은 벤처사업가가 '카카오톡'을 타고 신화를 꿈꾸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이제범씨(사진).서울대 산업공학과 97학번인 그는 요즘 모바일 무료메신저 앱(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 3월 앱을 출시한 지 6개월 만인 9월 100만 회원을 돌파했고 지난 4일 현재 187만명을 기록,200만명을 앞두고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 400만명 중 절반가량이 카카오톡을 쓰는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1999년 프리챌 돌풍,2004년 싸이월드 열풍을 잇는 대박상품이 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관전평이다.

카카오톡은 모바일 스마트폰 시대에 맞춘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다. 무료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그룹채팅도 가능하다. 이런 기능은 책상 앞 컴퓨터 메신저로도 가능하지만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이어서 외부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문자대화를 할 수 있는 게 다르다.

휴대폰 문자요금을 아끼고 문자를 무제한으로 쓰려는 젊은이들의 취향에도 잘 맞췄다는 평가다. 직장인 장현정씨(26)는 "카카오톡을 이용한 뒤로 문자요금이 반도 안 나온다"며 "문자는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연락할 때 혹은 공식적인 용무에만 제한적으로 쓰게 된다"고 말했다.

회원 가입이 간편한 것도 비결 중 하나다. 무료 앱을 설치하기만 하면 자기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사람들 중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과 자동으로 연결된다.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받은 이정혁씨(45)는 "전화번호부에는 이름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연락을 못했던 사람들과 오랜만에 카카오톡 인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을 만든 곳은 직원 22명을 둔 벤처기업 ㈜카카오다. 이 회사의 원래 이름은 '아이위랩'이었으나 카카오톡이 인기를 끌자 이 대표가 지난달 사명을 바꿨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인터넷 솔루션 사업을 했으나 실패했다. 2007년 산업공학과 11년 선배이자 네이버 창업자인 김범수 사장을 만나 아이위랩을 공동 창업했다. 이후 3년간 그는 여러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개발에 나섰고 지난 3월 카카오톡을 내놨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은 사내 공모에서 나온 것이며 특별한 뜻이 없다"고 소개했다.

카카오톡은 별도의 광고 없이 이용자들의 입소문만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이 대표는 "홍보 비용이 없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서비스를 알렸는데 사용자들의 반응이 너무 폭발적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이 같은 폭발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사용자 간 네트워크를 이용한 광고 사업이나 유료 아이템 판매 등을 통한 수익 창출을 구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을 다른 앱과 연동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유보했다. 수익성 문제 외에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로 안고 있다. 최근 이용자와 마찰을 빚고 있는'개인정보 취급방침 변경' 이슈가 그 중 하나다. 카카오톡은'회원 중 개인정보 추가 수집에 동의한 회원에 한해 주민등록번호,주소,이메일주소 등을 수집할 수 있으며 유료서비스 이용과정에서 휴대폰 결제 시 통신사,결제승인번호 등을 수집할 수 있다'는 약관변경을 고지했다. 이 때문에 일부 회원들은 '1주일 전 사전고지 의무'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인해 문자서비스 부문에서 수익이 줄어드는 대형 통신사의 견제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미 댐에 금이 갔는데 손바닥으로 막을 수 있겠느냐"며 "많은 사용자를 선점한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대기업이라도 쉽게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