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증가한 1218만CGT(표준화물선 환산 t)를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는 신(新)조선가가 상승 추세로 전환하면서 조선업황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벌크선 해운시황이 개선되면서 대규모 벌크선 발주도 이어졌으며,탱크선도 잇달아 발주됐다. 다만 컨테이너선 발주는 부진했다.

이 같은 회복세는 선박금융 회복이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낮은 선가에 선박을 매수하려는 그리스 선주들이 '투기성 발주'에 나선 영향이 크다. 하반기에도 신조선 시장은 상반기와 같이 투기성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내년부터는 글로벌 경기상황 등을 고려한 '실질적 발주'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과잉상태인 선복량이 선박 해체량 증가에 따라 2012년 이후에는 해소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종별로는 탱크선의 꾸준한 발주가 예상된다. 현재 수주 잔액 기준으로 2013년에 인도될 선박이 매우 적고,단일 선체를 가진 탱크선의 해체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복량 과잉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해소됨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는 2013년에 인도될 선박 발주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탱크선보다 해운 시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벌크선 업황은 다소 비관적이다. 지난해 취소되거나 지연 인도될 것으로 보였던 선박들이 대부분 인도되면서 올해 사상 최대 인도량을 기록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반기 업황 호전으로 대규모 벌크선 발주가 이어진 점도 부담 요인이다.

컨테이너선은 하반기에 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초대형선 발주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 2007년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어졌을 때 발주하지 않아 자금 여력이 있는 해운사들의 선대 확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박금융 회복 속도와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저속운항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세계 해양산업이 유가 상승과 발전플랜트 투자 확대와 맞물려 활기를 되찾음에 따라 대형 조선사들은 향후 해양플랜트 등 특수 선박 수주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조선사들이 지난 상반기 동안 생계형 수주를 어느 정도 일단락지은 만큼 수익성을 고려한 수주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상당부분 중형 선박 시장에서 대형사들에 시장점유율을 뺏긴 중 · 소형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은 점차 가속화할 전망이다. 대형사와 중 · 소형 조선사 간 격차는 더욱 벌어져 기술력을 앞세운 한국 조선사와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사 간 양강 구도가 정착돼 수주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