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호황의 갈림길에서 부동산은 침체하고,주가가 횡보하는 데다 오랜 저금리 기조 유지로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지나온 경기 흐름을 이해하고 다가올 상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면 적절한 자산 배분을 통해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들인 부동산,금리,주가,환율 전망을 토대로 불확실성이 여전한 조정기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해 살펴보자.

◆주식 박스권 상승,부동산 횡보 전망

코스피지수는 상반기 내내 1550~1750을 횡보하다 최근 1750~1950으로 점차 박스권을 높여 가고 있다. 그러나 가파르게 수직 상승하기보다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완만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펀드 수익률에 대한 체감 만족도는 낮을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줄어들고,미국이 대규모 자금을 풀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전망이어서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리나라도 최근 해외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 체질 개선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가가 크게 오르기 어렵다.

부동산은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 비해 가격 조정폭이 작았고,베이비 붐 세대 은퇴와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주택담보대출 부실화 가능성,그리고 8 · 29 조치에도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 불안심리 등이 더해져 대세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강력한 규제를 통해 주택가격 변동폭이나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낮고,주택 수요의 기본 단위인 가구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세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금리는 지난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2.25%로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8월 들어 미국이 경기판단을 하향으로 전환하면서 더블 딥(이중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짐에 따라 8,9월 두 달 연속 동결됐다. 앞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하더라도 소폭의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5~6%에 이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환율은 점진적 하락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높은 원 · 달러 환율로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쌓아 왔다. 하지만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제2의 양적완화를 시사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자 환율전쟁을 불사하고 있다. 가뜩이나 원화가 저평가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정책적 개입을 통해 고(高)환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장기적 대세 하락 가능성은 낮지만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을 제외하면 국내 금융환경은 제한적 금리 상승,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박스권 주가,점진적 환율 하락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금융자산을 중심으로 조정기 포트폴리오에 대해 살펴보자.

◆예금도 만기 따라 포트폴리오 구성

조정기에는 모든 자산의 변동성이 커진다. 부동산,주가,금리,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서 어느 방향으로 자리잡을지 짐작하기 힘들다. 따라서 조정기에는 현금이나 예금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고,투자자산은 가급적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하되 금액이 커질수록 여러 번에 걸쳐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기본이다.

1년짜리 정기예금은 상반기 연 3%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7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3%대 후반까지 올랐다. 하지만 8월에 이어 9월에도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최근에는 다시 3%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세금을 떼고 나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3%대 초중반의 금리라면 예금보다는 투자자산이나 대안 자산의 비중을 높여야겠지만 4% 전후라면 예금 가입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제한적이나마 기준금리가 다소 인상되더라도 예금 금리가 과거와 같이 연 5~6%까지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오히려 예금의 장단기 금리차를 활용해 1년짜리 40%,2년짜리 30%,3년짜리 30% 등 예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금리가 추가로 오르더라도 1년마다 일부씩 갈아탈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2년,3년짜리 예금 금리만큼 추가 수익을 누릴 수 있어 금리변동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저축보험,ELD,ETF 눈여겨 볼만

최근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금융종합과세 해당자인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저축보험이 큰 인기를 끌었다. 정기예금보다 월등히 높은 공시이율을 제공하는 데다 10년 이상 가입할 경우 이자 소득이 전액 비과세되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대안 상품이 바로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이다. 원금 손실은 참을 수 없지만 낮은 정기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을 보장받고 주가 예측이 맞았을 경우 정기예금 금리의 1.5~2배 이상 받을 수 있다. 정기예금과 ELD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안전자산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정기예금이나 ELD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라면 주가지수연계펀드(ELF)가 안성맞춤이다. 주가가 오랫동안 횡보하면서 펀드 투자에 매력을 못 느끼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정기예금이나 ELD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최근에는 원금 보존을 추구하는 상품도 나오고 있어 조정기 대안 상품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형 펀드는 스마트 펀드로

주식형 펀드는 주가 등락에 따라 매입 비중을 달리하는 스마트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뚜렷한 방향 없이 등락을 거듭하는 횡보 국면에서는 주가가 떨어질 때 많이 사고,오를 때 조금 사는 가치 분할 매수 기법이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대세 상승이 이뤄질 경우 한 번에 투자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박스권 장세에 적합한 상품이다.

또 국내 펀드에 비해 수익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잔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해외 펀드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최근 하락폭이 유난히 컸던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브릭스가 여전히 유망해 보인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동남아 등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대안 자산으로는 달러화와 금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달러화의 약세가 불가피하고,금은 너무 많이 올랐다는 부담이 있지만 두바이 사태,남유럽 재정위기,경기 둔화 우려 등 악재가 터질 때마다 달러화와 금이 동시에 치솟는 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산의 일부를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할 경우 불황과 호황을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대안 자산으로 손색없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팀장 jump3388@shinh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