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1시15분.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캠퍼스 정문 앞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뒷좌석에 앳된 남녀학생을 태운 퀵서비스 오토바이 100여대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수시1차 일반전형 논술고사를 볼 수험생들을 태운 오토바이다. 이들은 화양동 건국대에서 오후 1시에 끝난 인문계열 논술고사장을 빠져나와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이곳으로 달려온 것.

고사장에 도착한 임모양은 "어제 퀵서비스 업체에 9만원을 내고 오토바이를 예약했다"며 "한곳에서 시험을 치고 다음 고사장으로 가려면 오토바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가뿐 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한국외대가 수시 원서 접수 기간에 논술시험 날짜만 공지하고 시험 시간을 접수 마감 이후에 알려준 게 원인이었다. 외대는 원서접수 마감 이틀 뒤인 지난달 15일에야 논술고사 시간을 공지했다.

고3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시험 시간을 알 수 없는 수험생으로선 두 군데 다 원서를 낼 수밖에 없었다"며 "원서 전형료만 챙기려는 대학들 때문에 수험생만 골병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은 "올해 수시모집 지원자가 몇 명이 될지 가늠할 수 없어 시험 시간을 미리 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응시자 수를 정확히 알아야 시험 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한국외대뿐만 아니라 경희대와 광운대 등 일부 대학들도 시험 시간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3일 이틀간 치러진 각 대학의 논술시험을 포기하는 수험생도 속출했다.

논술시험은 대부분 주말에 치러져 시험 날짜가 겹치는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2일에는 한국외대 · 건국대 · 연세대가,3일에는 경희대 · 이화여대의 논술고사 시간대가 겹쳤다. 서울 중계동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학원생 7명이 시험 일정이 겹쳐 전형료를 날렸다"며 "대학들이 사전에 협의해 논술고사 시간을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