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화된 김정은의 얼굴이 공개됐다. 북한이 노동당 대표자회를 마친 이틀 후 3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김 위원장과 김정은이 함께 찍은 사진을 실은 것이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김정은은 김 위원장과 비슷한 스타일의 짙은 회색 '인민복' 차림으로,가볍게 쥔 두 주먹을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채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살이 찐 체격이었지만 소문처럼 김 위원장을 빼닮지는 않았고 오히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젊은 시절 얼굴과 비슷한 인상이었다.

그동안 김정은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어릴 때 얼굴만 외신에 보도됐을 뿐이다. 북한매체는 지난 28일 당대표자회에 김정은이 참석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공식화될 때까지 6년 동안 사진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것처럼 김정은도 한동안 비공개 활동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관측과 달리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김 위원장과 김정은의 사진을 나란히 공개한 것은 "앞으로 2인자로서 공개적인 활동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일이 권력을 물려받을 때는 후계자 내정 단계와 공식화라는 두 단계를 거쳤는데 내정 단계에서는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김정은은 내정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공식화 단계로 건너뛴 만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시간문제였다"고 설명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리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받은 이상 비공개로 움직일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여러 가지 대외활동을 하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력기반이 매우 약한 김정은 후계체제를 조기에 안착시키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