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을 만들어 김정은을 앉힌 것이다.
당 중앙군사위는 당초 군사 정책을 총괄하고 군을 지휘하며 군수산업 조정권까지 행사하는 핵심 기구였다. 그렇지만 1992년 만들어진 국방위원회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어왔으나 이번에 김정은이 부위원장을 맡음으로써 중앙군사위는 후계 체제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 바로 아래 자리다. 김정은이 부위원장이 됨에 따라 명실상부한 2인자 위치를 확고히 한 셈이다.

김정은이 인민무력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등을 거느린 북한 최고 권력 기구인 국방위원회로 바로 가지 않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맡도록 한 의도도 주목된다.

일단 국방위는 김 위원장 체제로 유지하면서 당의 촘촘한 중앙군사위 조직을 통해 군의 밑바닥부터 장악해 나가도록 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우리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김정은이 중앙군사위 접수를 끝내면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9일 "김정은이 부위원장이 되고 군과 공안 분야 책임자들이 위원으로 포진함으로써 당 중앙군사위를 명실상부한 '후계자 기구'로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앞으로 이 기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후계구도의 안정적 토대를 확보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노동당에서는 김정은의 지위가 총원 124명으로 재구성된 중앙위원회의 위원에 그쳤다. 일단 군 장악에 전력하고 당은 정치국 위원으로 간 고모 김경희에게 맡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무관'이었던 김정은이 핵심 직위를 부여받음에 따라 공개적 행보가 가능해졌다. 머지 않은 시기에 당의 직함을 들고 중국을 공식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 · 중 간엔 후계자가 공식화되면 인사차 상대국을 방문하는 게 관례였다.

2008년 3월 전인대에서 차기 후계자로 확정된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석 달 뒤인 6월 중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회동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후계구도 확정으로 북 · 중 간 고위급 교류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김정은이 대규모 방중단을 대동해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며 연내에라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