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과 김정은.두 사람은 중국과 북한의 유력한 차기 권력자다. 김정은은 지난 28일 열린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대장'의 직급을 받아 후계자 지위가 공식화됐다. 시진핑은 다음 달 15일 개최될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산당 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보이지 않는 실세'인 군부가 그를 차기 권력자로서 인정한다는 의미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뒤를 잇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은 공산혁명 지도자의 직계 자손이고,선거라는 절차없이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북한식의 '왕가 혈통'이다. 시진핑의 부친인 시중쉰은 마오쩌둥과 함께 혁명을 했고 덩샤오핑의 절친한 친구로 개혁 · 개방의 밑그림을 함께 그린 동지다. 김정은이나 시진핑이나 가문의 배경으로 보면 '성골 중의 성골'이다.

그러나 두 사람을 하나로 묶기 어려운 차이가 존재한다. 그것은 후계자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다. 김정은은 서른이 안되는 나이로,군의 대장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전에 어떤 공직도 맡은 적이 없다. 북한 국민들도 그의 품성이나 능력을 알지 못한다. 막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다.

반면 시진핑은 다르다. 중국 특유의 경쟁시스템을 통해 그는 계속 검증받았다. 1982년 지방의 현(한국의 군 정도에 해당)의 부서기로 출발해 푸젠(福建)성,저장(浙江)성,상하이시의 서기로서 20년 넘게 일했다. 베이징올림픽과 작년 건국 60주년 행사를 총지휘한 것도 일종의 검증 절차였다. 능력 부족이나 부정부패 등이 드러났다면 그가 아무리 혁명원로의 아들이라 하더라도 한직으로 밀려났을 게 틀림없다.

지난달 만난 중국군의 퇴역 장성은 "시진핑에 대한 인물평가회가 군 내부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수십차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결격사유가 없는지 수십년간 검증을 받고,군에서도 인정해야 최고 권력자에 오를 수 있는 게 중국의 시스템이다. 북한과 중국이 혈맹의 관계로 묶여 있지만 하늘과 땅처럼 국력의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시진핑과 김정은에게서도 발견된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