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승계당시 김평일-김영주와 같은 신세 가능성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 후계구도를 사실상 공식화함에 따라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9)과 차남 김정철(29)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남은 1971년생으로 김정철보다 10살이 많고 김정은은 1983년생으로 친형인 김정철보다 두 살 어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이 김정은의 출생연도를 `1982년'으로 외부에 퍼뜨린 적도 있고 통일부도 `1983년설과 1984년설이 있다'고 파악할 정도로 분명하지 않다.

김정남과 김정철은 한때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인물인 만큼 동생에게 밀려난 현재와 앞으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과거 김 위원장이 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승계하는 과정에서도 경쟁자들은 철저히 처량한 신세를 맞았다.

김 위원장의 이복동생으로 후계구도 싸움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진 김평일 폴란드 주재 북한대사는 1988년 헝가리와 불가리아 대사를 시작으로 1994년 핀란드 대사, 1998년 폴란드 대사 등 해외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의 숙부인 김영주도 후계구도의 `정적'으로서 19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장기간 자강도에서 `유배살이'를 했다.

마찬가지로 마카오와 중국을 오가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남 김정남도 계속 북한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그의 첫번째 부인 성혜림 사이에 태어난 김정남은 과거 10년 이상 후계자 수업을 받았지만 2001년 도미니카 위조여권을 들고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된 뒤 김 위원장의 눈 밖에 나면서 권력에서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은 지난해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후에는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고 그해 1월에는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후계구도에 관심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은 무용수 출신인 고(故) 고영희의 아들로 김정남 이후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었다.

김정철은 2005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만찬에 참여한 것이 알려지면서 후계자로 결정됐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또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007년 11월에도 김정철이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에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철은 호르몬 과다분비증이라는 신체적 약점을 갖고 있는데다 성격이 유약해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한 정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본 후지TV는 2006년 김정철이 독일에서 젊은 여성과 함께 팝가수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감상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정남과 김정철 모두 현재 권력의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앞으로 김 위원장의 아들간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김정은으로서도 이들을 후계구도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만큼 숙청 등의 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8일 "후계자로서 김정은의 위상이 확보되면 김정남과 김정철은 외부에서 계속 겉돌 가능성이 크다"며 "김정남은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해외생활을 계속하고 김정철은 정권에서 중요한 직책을 받지 않고 조용히 지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