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하던 부인이 머무른 집에 남편이 마음대로 들어가 수집한 증거물로도 간통죄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간통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9ㆍ여) 와 상대 남성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의 사생활과 관계된 모든 증거의 제출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은 형사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을 비교해 증거 제출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된 유전자분석감정서가 남편이 김씨의 주거에 침입해 수집한 뒤 수사기관에 제출한 물건을 분석한 결과물이라 하더라도, 침입 시점이 김씨가 실제 거주를 마친 뒤이고, 감정서는 형사소추를 위해 필요한 증거이므로 공익의 실현을 위해 제출이 허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로 인해 김씨의 주거의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이 어느 정도 침해된다 하더라도 김씨가 받아들여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남편의 폭행 등을 이유로 2006년 2월 이혼을 요구하며 집을 나와 4개월간 별거하다 6월말 다시 남편과 살던 집으로 들어갔고, 열흘 뒤 남편은 김씨가 별거기간 이용한 집에 들어가 침대시트와 휴지 등을 수거한 뒤 김씨 등을 간통 혐의로 고소하면서 자료로 제출했다.

김씨는 남편이 제출한 물건을 분석한 유전자분석감정서를 토대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자 2심에서 "감정서가 남편이 주거에 침입해 수집한 증거에 기초해 작성됐으므로, 형사소송법상 위법수집증거 배제 조항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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