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다음 달 성사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지난 24일 열렸던 2차 적십자 실무협의에서 북측의 금강산관광 재개를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면서 상봉 장소와 인원 등의 합의에 실패한 까닭이다. 더욱이 북측은 우리 측에서 상봉시기 연기를 제안했다며 트집을 잡고 있어 내달 1일로 예정된 3차 실무접촉도 진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마디로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내걸고 결국 금강산관광을 재개해 장삿속을 챙기려는 속셈만 드러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이유가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이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우리 정부는 진상규명,재발방지 대책,관광객 안전보장 등 당연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해 관광길이 지금까지 끊긴 것이다.

여기에 북측은 지난 4월 금강산 지구에 있는 우리 정부와 민간 소유 부동산을 몰수 · 동결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측이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상봉장소로 이용하려면 관광 재개가 선행돼야 한다고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처음부터 북측이 금강산관광을 끌어내려는 저의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이산가족 상봉이 흥정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금강산관광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 다. 더구나 적십자가 아닌 정부 당국자 간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하는 사안인 이상 북측에 양보하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북측이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금강산 관광재개를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고 진정성 또한 없는 제안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우리로서도 다급한 일이지만 북측이 이런 식으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미끼로 삼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북은 진정으로 금강산관광 재개를 원한다면 우리 정부가 제시한 전제조건을 수용하는 데 진전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순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