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반월공단의 케이피엠테크는 최근 반도체 표면처리용액을 생산할 제조설비를 새로 들여놓았다. 올 하반기부터 양산하는 이 용액은 '완전 습식 TSV(관통전극) 공법'에 쓰이는 핵심 원료다. TSV 공법은 반도체 칩의 트랜지스터나 연결선 등을 칩 바깥 쪽이 아닌 내부에서 수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칩을 최단거리로 연결할 수 있어 집적도를 최대한 향상시킬 수 있는 신공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TSV 공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프랑스 알츠머연구소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기술이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채창근 대표(73)는 "40여년간 표면처리 분야에서 쌓아온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분야에 도전하게 됐다"며 "양산에 본격 들어가면 반도체 표면처리 부문이 일반 장식도금이나 인쇄회로기판(PCB),전자부품 등 기존 사업 부문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1971년 설립 이래 80여종의 표면처리제와 40여종의 도금설비를 국산화하면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밑천이다. PCB 전자부품 등에 쓰이는 표면처리제와 전자동 도금설비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신개발 제품으로 내놓은 항균 · 항바이러스 섬유는 짧은 기간에 정상궤도에 안착하며 소비재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 섬유로 개발한 행주,타월,마스크 등 7가지 제품을 지난해부터 판매하고 있는데 소비자 반응이 좋다는 것.채 대표는 "기피 업종으로 여겨지고 있는 표면처리 기술 개발을 위해 2006년 나노사업부를 설립해 매년 20억원씩 연구 · 개발(R&D)에 투자했다"며 "나노 기술과 기존 표면처리 기술을 접목한 사업 분야를 적극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항균 · 항바이러스 섬유는 합성섬유 원료에 은(Ag)을 첨가하는 기존 은나노 섬유와 달리 섬유 표면에 특수 기능재를 합성하는 공법으로 만들어 차별화했다. 채 대표는 "이 섬유는 지난달 미국 마이크로바이오테스트사의 기능 시험에서 노로바이러스,신종플루 등에 대한 저항력을 인증받았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2007년 423억원,2008년 458억원,지난해 505억원의 매출을 달성,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신제품 분야의 성장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362억원)이 70% 증가했고 영업이익(27억원)은 220% 늘었다.

채 대표는 "일본 대만 기업과의 TSV 공법 장비 수출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항균 · 항바이러스 섬유를 이용한 학생복,유아복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신사업이 예상보다 빨리 본궤도에 오르고 있어 올해 매출 700억원 달성은 무난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까지 반도체 표면처리에서만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표면처리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반월공단(안산)=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