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국관계자간 접촉"..당국자 "적십자 차원 실무접촉"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협의차 다음달 1일 열기로 한 추가접촉의 성격규정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분위기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5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개최 사실을 전하면서 "쌍방은 10월1일 개성에서 상봉장소 문제와 관련한 해당 당국관계자들 사이의 접촉과 적십자 실무접촉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음달 1일 상봉장소 문제 협의를 위한 남북간 추가접촉의 성격을 당국간 접촉으로 분명히 규정한 것이다.

북측의 이 같은 입장은 대한적십자사(한적)이 전날 실무접촉이 끝나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한적은 보도자료에서 "북측이 면회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국간 접촉이 선행돼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는 설명과 함께 "쌍방은 상봉장소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당국자 접촉을 10월1일 개성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같은 날 밤 기자들에게 "추가접촉의 성격과 관련한 문의가 많아 이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10월1일 실무접촉도 오늘 열렸던 적십자간 실무접촉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3차 접촉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그는 이어 "굳이 성격을 규정하자면 오늘 별도접촉도 당국의 위임을 받아 김의도 수석대표가 협의에 나선 셈"이라며 "추가접촉도 그런 차원에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24일 남북간 별도접촉에서 북측이 상봉장소 문제는 당국간 협의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추가접촉의 성격을 놓고 남북이 이처럼 실랑이를 벌이는 배경에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5.24조치' 등을 둘러싸고 얽혀 있는 양측의 상반된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북측은 남측이 포기하기 어려운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카드로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조치의 무력화를 노리는 반면, 우리측은 기존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최우선 과제인 이산가족 상봉을 어떻게든 성사시키려는 것이다.

정부가 전날 뒤늦게 추가접촉의 성격을 남북 적십자 차원의 실무접촉의 일환으로 한정하려 했던 것도 북한의 이 같은 노림수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최근 한적의 대북 수해지원 대부분을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하기로 했으면서도 정부가 굳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추가접촉의 성격규정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 신경쓰기보다는 실제 북측과 접촉에서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금강산관광 재개 요구에 대한 언급 없이 남측이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제안했다고 소개하는 북측 언론보도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은 '남남갈등'을 노리고 있다"면서 "정부의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 문제와 분리해 성사시킬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