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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 인터뷰]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 "오페라요? 엄마 뱃속에서 들었던 자장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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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에게 오페라의 맛 알게 해주고 싶어 울릉도까지 찾아가 어렵게 공연…감동이었죠

    별명은 '야생마'…일에 미치면 정신을 잃죠
    2년간 시스템 바꾸느라 허투루 쓸 시간 없었어요
    "가끔 수위 아저씨가 와서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고 농담을 던지죠.1주일에 2~3일은 집에 못 가고 소파에서 눈만 붙이니까요. 2년 전에 단장을 맡은 뒤로 감기 걸릴 틈도 없이 바빴는데 하필 지금 감기 때문에 목소리가 잘 안 나와요. 사진 찍는 것도 걱정인데… 어쩌죠?"

    '워커 홀릭(일 중독증)'에 빠진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49).그의 사무실에는 옷이 많다. '일에 미쳐 외박을 밥먹듯 하는' 그에게는 허투루 쓸 시간이 없다. 뭐든지 완벽하게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완전주의자.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A4 용지 10여장 분량의 추가 답변을 보내오는 열정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그는 2008년 7월 단장 취임 이후 국립오페라단의 목표와 비전을 새로 설정하고,작품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단원 시스템을 만들었다. 조직을 사무국 체제에서 공연본부 체제로 개편하고,단원들 임금도 연봉제로 바꾸는 등 체질 개선에 올인했다. 그렇게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뒤 정기공연 외에 창작 오페라 7편을 키웠으니 아플 틈도 없긴 하다.

    "창작 오페라를 키우는 게 1년 만에 뚝딱 되지 않잖아요. 작곡가를 발굴하고 대본작가도 찾고 공모전으로 좋은 작품을 뽑고….그렇게 만든 작품 중 '아랑'은 앞으로도 10여차례 더 무대에 올릴 예정이에요.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쉽진 않았죠.비결은 원칙에 근거한다는 것이었어요. 오페라를 가장 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지요. 전 35년 전부터 오페라와 놀았습니다. 물론 예전에는 관객이었죠.제가 오페라 연출을 시작한 게 고등학교 2학년 때였거든요. 오페라 키드였던 셈이죠.어릴 때부터 무대 뒤에서 목격한 일들이 큰 도움이 됐죠.그 감각에 맞춰 국립오페라단을 키웠습니다. "

    이런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저는 오페라 덕분에 행복한 사람입니다. 연출자 입장에서도 그렇죠.일에 몰두하다 보면 오페라가 단순히 극장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다루는 것이라는 걸 깨닫거든요. 오페라의 가치를 알리는 것,오페라를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그런 소명이 저를 여기까지 밀고온 힘이죠."

    이 대목에서 그는 다섯 살 때 명동 국립극장에서 오페라 '춘향'을 본 얘기를 꺼냈다. "당시 춘향 역을 맡은 어머니(소프라노 황영금 예술원 회원 · 79)가 변 사또에게 고문당하는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 나요. 프리마돈나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오페라 무대를 놀이터처럼 여기며 자랐죠."

    그러고 보니 모전여전이다. 그는 서울예고 재학 시절 피아니스트 김대진씨 등 동창들과 함께 뮤지컬 '가스펠'을 만들면서 연출에 맛을 들였다. 연세대 음대에 들어가서는 연극 동아리 '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했고 본격적인 오페라 연출 공부는 대학 3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서 시작했다. 졸업 후 오페라를 제대로 알기 위해 이탈리아로 건너가 8년을 더 공부했다.

    당시에는 오페라연출학과가 미국 인디애나대 대학원 코스 등 한두 곳밖에 없어 고생했다고 한다. 그는 이탈리아 페루자 미술아카데미 전문과정과 로마 실비오 다미코국립연극학교,밀라노 에우 로페오의 무대예술과 기술학과에서 오페라 연출 수업에 몰두하던 때가 가장 좋았다고 했다.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던 공부가 어느 날 동굴에 빛이 들어오듯 순식간에 탁,열린 것이다. "갑자기 문고리를 잡은 느낌이었어요. 그때부터 진짜 오페라의 묘미를 알았다고 할까요. "

    그는 오페라를 '엄마 뱃속에서 들었던 자장가'에 비유했다. "자궁이 곧 우주잖아요. 어머니가 배를 쓰다듬으면서 자장 자장 노래해주고 말해주고 호흡을 전달해주는 것,그게 오페라입니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하는 노래에는 리듬이 있고 움직임도 있죠.우리는 나비야 나비야 할 때 똑같은 고저장단으로 가르치는데 사실은 아이들이 마음껏 리듬을 타도록 내버려둬야죠.그래서 중요한 게 몸짓입니다. 학교에서도 율동시간이 아니라 몸짓시간이 필요해요. 또 언어의 음악인 시를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오페라의 가사가 바로 시거든요. 작곡가가 작품을 쓸 때도 구성작가,시인과 함께 하지요. "

    그가 '오페라 아카데미'를 부활시켜 무료로 교육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린이를 위한 공연과 '찾아가는 서비스'도 중시한다.

    "좋은 오페라를 만드는 것은 오페라 교육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좋은 작품 하나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좋은 작품을 계속 창작하는 것은 더 어렵지요. 그래서 오페라 전문인을 키우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나눔 교육도 펼치고,성악가와 민간 오페라단을 같이 묶어서 국립오페라진흥원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



    그는 전국 곳곳의 어린이들에게 오페라의 재미를 알게 해주고 싶어 어디든지 찾아간다. "소규모로 엮어서 음악시간에 무료로 해주는데 반응이 엄청나요. 을릉도에 갔을 때는 어린이 합창단이 없어서 현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께 전화로 학생 섭외를 부탁했어요. 일종의 '참여형 공연'이죠.학생 30~40명이 모였는데 감동적이었어요. 폐교 위기에 처한 김해 근처의 한 학교에 갔을 땐 어린이 20명에 교사가 더 많았어요.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다 왔는데 교실이 미어 터졌죠.이게 바로 찾아가는 오페라 교실입니다. "

    최근 오페라를 본 꼬마들의 감상문을 받고는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했다. "감상문이 그림 그리기인데 한 줄짜리 멘트가 들어 있었어요.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아요. 이제 오페라극장에 와야겠어요'라고 쓴 아이도 있고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를 꺼내서 배우에게 주며 티켓은 돈주고 사는 것이라고 하는 아이도 있었죠.이처럼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극장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아이들을 보고 그는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40여분 만에 티켓이 동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는 음악과 소리의 의미도 '아주 쉽게' 설명했다. "흔히 음악이라고 하면 오케스트라 연주를 떠올리기 쉽지만 귀로 듣는 소리는 무엇이든 음악이 될 수 있습니다.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자동차의 클랙슨 소리,지하철의 레일소리….그중에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소리는 무엇일까요?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듣는 소리,바로 태아가 듣는 어머니의 음성입니다. 오페라는 이 어머니의 음성과 가장 닮은 인간의 목소리로 이뤄내는 예술입니다. "

    내달 국내 초연작인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와 11월 '룰루',12월 송년 콘서트까지 숨가쁘게 이어지는 그의 달력엔 빨간 날이 없다. '야생마'라는 별명이 실감난다.

    만난 사람=고두현 문화부장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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