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장사는 외상장사?'

술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하이트맥주 오비맥주 페르노리카 등 주류회사의 매출채권이 매출의 30%를 넘어서고 있다. 주류회사는 도매상에 술을 미리 주고 대금은 나중에 결제하는 관행을 갖고 있는데,최근 불황 타개를 위해 결제조건을 완화하는 등 영업을 강화하면서 매출채권이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이트맥주의 지난해 말 매출채권은 3442억원으로 작년 매출(1조175억원)의 33.8%에 달했다. 오비맥주는 매출의 30.6%인 2497억원,수입주류업계 2위인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매출의 30.7%인 857억원의 매출채권을 갖고 있다. 수입주류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의 매출채권 비율은 15.8%(554억원)이지만,단기대여금(602억원)을 감안하면 별 차이가 없다.

이런 매출채권 비중은 다른 음료회사나 일반 기업에 비해 높다. 코카콜라음료는 매출채권이 405억원으로 매출의 6.7%에 불과하며,롯데칠성음료는 술(스카치블루) 비중이 낮고 음료 비중이 높아 매출채권은 매출의 9.8%에 그친다. 또 술 회사 중 진로(8.5%) 등 현금결제 조건을 고수하는 소주회사의 매출채권 비율도 낮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나 양주회사는 도매상에 제품을 미리 주고 1~3개월 후 대금을 결제하는 구조여서 매출채권이 많다"며 "최근 매출이 줄고 있는 맥주,양주회사들이 불황을 이기기 위해 결제조건을 완화해 매출채권이 더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술은 제조사에서 도매상을 거쳐 업소나 소비자에게 유통된다. 제조사 매출은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물량이 아닌 도매상에 넘기는 물량을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매출 목표를 채우기 위해 결제조건을 완화,도매상에 유통재고를 쌓아놓는 '밀어내기'가 최근 심심찮게 벌어진다. 이 탓인지 오비맥주는 2007년 2057억원이었던 매출채권이 2008년 2181억원,작년 2497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고 하이트맥주는 2008년 3317억원,지난해 3442억원이었던 매출채권 규모가 올 상반기 3712억원으로 증가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