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명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말한다. 우리는 자라오면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세상을 잘 모른다'는 말을 가끔 들어왔다. 그리고 '어려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도 듣는다. 이런 얘기는 모두 '눈물의 사명(使命)'을 의미한다. 눈물의 사명이란 살아가면서 눈물을 흘려야 할 비극적인 일을 당하고,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의지가 다져져 역경을 헤쳐나가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이같이 눈물 속에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세계적 토크쇼의 여왕인 흑인 오프라 윈프리의 공연에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 그녀가 말하는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러나 그녀는 아홉 살 때 강간을 당하고,열일곱 살 때 아이를 낳았으나 죽었다. 열여덟 살 때는 미혼모로 마구간에 끌려 다니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가 하면 날 때부터 결핵성 관절염 환자요 장애인인 박은주씨는 지금 희망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붙은 닉네임들을 살펴보면 깡패,빈민운동가,소설가,국회의원,가수,점쟁이 등이다. 송순섭 인간문화재(판소리 적벽가)는 젊었을 때 리어카를 끌고 호떡을 팔고,여름에는 '아이스케키'나 냉차 장사를 했다. 약장수를 따라다니며 노래를 불렀고,돈 되는 것이라면 안 해본 것이 없었다. 산속 계곡 폭포 속에서 소리를 질러보고 똥물도 마셔 보았다.

최종택 초이스인재경영개발원 원장의 일화를 들어보면 더욱 놀랍다. 그는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영양실조로 한쪽 눈을 실명하고,고등학교도 1학기밖에 다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기계발교육 전문가이자 강연가로 우뚝 섰다. 국내 최초로 한국형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개발한 인물이다. 인생의 순간순간을 극적으로 변화시켜온 그의 삶이 녹아있는 강의를 들은 20만명 이상의 직장인들은 실제로 강의 현장에서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와 같이 세상에는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자기 스스로 고난의 길을 헤쳐나가는 선구자들도 있게 마련이다.

'어찌할까 어찌할까 하고 깊이 생각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나도 어찌할 수 없다(子曰, 不曰如之何如之何者 吾末如之何也已矣)'는 말도 있듯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실천이 없으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칠전팔기(七顚八起), 즉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째 또 일어선다'는 말까지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막시밀리안 골배 신부는 나치 수용소에서 남 대신 죽었다. 김지하 시인은 6년 동안 감옥에서 버틴 것은 창턱에 앉은 민들레 씨앗이 먼지 위에서 싹을 틔우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꿀 1g을 얻기 위해 꿀벌은 무려 195군데까지 날아다녀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뿐만 아니라 '파부침주(破釜沈舟:솥을 깨고 배를 빠뜨린다)'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초나라 장수 항우가 진나라를 치러갈 때 일이다. 항우는 사흘치 식량만 챙기고 솥은 다 깨뜨리라고 부하들에게 명했다. '솥이 없어야 우리가 가볍게 이동해 적을 물리칠 수 있다. 우리가 이긴 뒤 진나라 솥으로 밥을 해먹으면 된다. '

항우는 부대가 장강을 건너자 타고 온 배도 모두 물에 빠뜨렸다. 병사들은 죽기 살기로 싸워 큰 승리를 거뒀고,파부침주라는 고사성어도 탄생했다.

《고 포인트》라는 책을 보면,사람고기까지 먹어가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 기막힌 사연이 적혀 있다. 평생 진통제와 각성제를 먹고 살아야 했던 존 F 케네디나, 안경이 없으면 장님과 마찬가지였던 트루먼 대통령 이야기 등은 모두 역경을 이겨낸 삶의 본보기들이 아니겠는가.

하길남 < 수필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