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4년 만에 열리는 노동당 대표자회를 보름여 동안 연기한 배경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1일 "조선노동당 최고 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는 9월28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열리게 된다"고 보도했을 뿐 연기사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평양에 상주하고 있는 국제기구 등에 수해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보름여 동안은 수해를 복구하거나 악화된 민심을 추스르는데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이달 상순까지만 해도 회의 참석이 어려울 정도의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중국 방문(8월26~30일)으로 장거리 열차여행을 한 상황이어서 보름 정도의 휴식만으로는 회의 참석이 어려웠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후계구도에 대한 교통정리를 마무리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란 관측도 여전하다. 이와 관련,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3일 '김일성 주석의 당인 노동당에 유일 영도체계를 확립한 공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있다'고 주장,3대 세습의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