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달과 6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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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그리지 않고선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우선 헤어나는 게 중요하지.안그러면 죽어요. " 어느 날 문득 모든 걸 내던지고 훌쩍 떠나고 싶은 이들을 유혹하는데 이보다 더 그럴 듯한 말은 없다.
서머싯 몸(1874~1965) 작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나이 마흔에 꿈을 이루겠다며 멀쩡한 직업(주식중개인)과 처자식을 버리고 사라진다. 그러나 화가가 되기 위해 찾아간 파리에서 그는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삼류 호텔에서 굶다시피하며 지낸다.
이런 그의 재능을 발견하고 돕는 사람은 화가 스트로브.그러나 그는 스트로브의 아내 블랑슈와 정을 통한 다음 내버림으로써 부부 모두를 파멸시킨 뒤 타히티섬으로 간다. 원시의 섬에서 그곳 여자와 결혼하지만 나병에 걸려 고통받는 가운데 그림에 몰두하다 죽음을 맞는다.
'달과 6펜스'(1919년)는 이처럼 예술에 사로잡힌 광기 어린 영혼과 속물 근성에 젖은 위선적 인간을 동시에 그려낸다. 제목은 작품의 주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달은 신비 · 욕망 · 영혼 · 상상,6펜스는 하찮고 물질적인 것의 상징이다.
몸은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대사관 고문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목사인 숙부 밑에서 외로운 10대를 보냈다. 런던 성(聖) 토머스 병원에서 의사 수련을 하는 동안 고통과 죽음에 직면한 환자들을 보면서 '신은 없다'고 믿었다.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6년 그는 돌연 남태평양으로 떠났다. 안그래도 우울하던 그는 이곳에서 더욱 과묵해졌지만 대신 음울하고 퇴폐적인 천재 예술가가 안개 짙은 삶에 갇히는 스토리를 떠올렸다.
이렇게 태어난 '달과 6펜스'의 성공으로 몸은 유명작가가 됐지만 고갱의 삶을 왜곡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어쨌거나 몸은 작가에게 중요한 건 지성과 문장력보다 상상력과 관찰력,인간 본성에 대한 안목,풍부한 창의력이라고 믿었다.
인간이란 애당초 모순덩어리라고 본 서머싯 몸이 소문처럼 스파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소식이다. 영화 '007'로 유명한 영국 첩보기관 M16 소속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MI6 사서(史書)'에 기록됐다는 것이다. 그가 과연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래저래 몸및 '달과 6펜스'의 명성만 더 높아지게 생겼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서머싯 몸(1874~1965) 작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나이 마흔에 꿈을 이루겠다며 멀쩡한 직업(주식중개인)과 처자식을 버리고 사라진다. 그러나 화가가 되기 위해 찾아간 파리에서 그는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삼류 호텔에서 굶다시피하며 지낸다.
이런 그의 재능을 발견하고 돕는 사람은 화가 스트로브.그러나 그는 스트로브의 아내 블랑슈와 정을 통한 다음 내버림으로써 부부 모두를 파멸시킨 뒤 타히티섬으로 간다. 원시의 섬에서 그곳 여자와 결혼하지만 나병에 걸려 고통받는 가운데 그림에 몰두하다 죽음을 맞는다.
'달과 6펜스'(1919년)는 이처럼 예술에 사로잡힌 광기 어린 영혼과 속물 근성에 젖은 위선적 인간을 동시에 그려낸다. 제목은 작품의 주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달은 신비 · 욕망 · 영혼 · 상상,6펜스는 하찮고 물질적인 것의 상징이다.
몸은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대사관 고문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목사인 숙부 밑에서 외로운 10대를 보냈다. 런던 성(聖) 토머스 병원에서 의사 수련을 하는 동안 고통과 죽음에 직면한 환자들을 보면서 '신은 없다'고 믿었다.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6년 그는 돌연 남태평양으로 떠났다. 안그래도 우울하던 그는 이곳에서 더욱 과묵해졌지만 대신 음울하고 퇴폐적인 천재 예술가가 안개 짙은 삶에 갇히는 스토리를 떠올렸다.
이렇게 태어난 '달과 6펜스'의 성공으로 몸은 유명작가가 됐지만 고갱의 삶을 왜곡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어쨌거나 몸은 작가에게 중요한 건 지성과 문장력보다 상상력과 관찰력,인간 본성에 대한 안목,풍부한 창의력이라고 믿었다.
인간이란 애당초 모순덩어리라고 본 서머싯 몸이 소문처럼 스파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소식이다. 영화 '007'로 유명한 영국 첩보기관 M16 소속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MI6 사서(史書)'에 기록됐다는 것이다. 그가 과연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래저래 몸및 '달과 6펜스'의 명성만 더 높아지게 생겼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