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이후로는 별다른 히트작 없이 다이어트 등의 실용서만 강세를 보이고 있는 조용한 일본 출판계.그런 중에도 출간되면 어김없이 아마존 상위권을 장식하는 인기 시리즈가 있다. 2007년 9월 처음 출간돼 지난해부터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다카라지마사(寶島社)의 '브랜드 무크 시리즈'다.

책이 나오자마자 아마존 1위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고 TV 광고도 진행 중인 이 시리즈는 유명한 브랜드의 신상품 정보를 실은 무크지와 가방,파우치 등 해당 브랜드의 한정 상품을 부록으로 붙인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안나수이,레스포삭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80여권을 출간했고,권당 평균 40만부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출간된 일본 브랜드 '셰르(Cher)'의 경우 초판만 70만부를 제작해 순식간에 100만부 판매를 기록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달에 출간된 9권 가운데에도 메리퀀트,질 스튜어트,캐스 키드슨,히스테릭 미니 등 4권이 아마존 상위권에 오르며 순항 중이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실제 매장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한정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점과 유명 브랜드치고는 저렴한 가격대(1000~3000엔)라고 할 수 있다. 서점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어서 평소 브랜드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부록을 보고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카라지마사는 2007년부터 편집,광고,영업,홍보 담당 사원으로 이루어진 마케팅 회의를 구성해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는 무엇인지,소비자들이 그 브랜드에서 어떤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지,적당하다고 느끼는 가격은 얼마인지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해왔다고 한다. 이는 편집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서의 직원이 함께 한 성공적인 기획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리즈가 성공하자 다른 대형 출판사들도 비슷한 컨셉트의 무크지를 서둘러 출간하기 시작했다. 집영사는 스누피 가방을 붙인 60주년 기념 무크와 'D&G 2010~2011 컬렉션 북'을 내놓았다. 주부의친구사는 '블론디(blondy) 10주년 기념 무크',쇼덴사는 '엑스걸 스테이지(X-girl Stages) 2010'을 선보였다.

브랜드 무크지의 가짓수가 늘어나고 부록 샘플 등으로 판매대가 점점 커지자 일부 서점 직원들은 자신이 서점에서 일하는 것인지 잡화점에서 일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한다.

잡지도 단행본도 아닌 이 특이한 시리즈는 유례없는 불황과 전자출판(전자책) 논쟁으로 어수선한 일본 출판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고,참여를 희망하는 브랜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주희 BC에이전시 일본어권 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