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夕 연휴 9일? 일감 밀려 우린 못쉽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공작기계·스마트폰업체 등 공장 풀가동…휴일 반납
"추석 황금 연휴라는 말은 남들 얘기입니다. 우리는 일감이 밀려 하루도 못 쉽니다. "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포스코 에이에스티 공장 안에는 많은 기업들이 추석 연휴에 들어간 20일에도 기계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가득했다. 포스코에서 생산한 열연코일을 상온에서 정밀하게 눌러 얇게 만드는(냉간 압연) 이 회사는 밀려드는 물량 때문에 추석 연휴에도 공장을 100% 가동하기로 했다.
정밀생산팀에서 일하는 조강민씨(29)의 손길은 기계 제어판을 조종하느라 어느 때보다 바빴다. 노모와 아내에게 차례 준비를 맡기고 기계와 씨름한 추석이 올해로 벌써 3년째라고 했다. "마음이 안 좋겠다"고 말을 건네니 "나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동료 김봉진씨(34)를 가리켰다. 본가가 제주도,처가는 부산인 김씨는 2년째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고 했다.
강희호 정밀생산팀장은 "TV와 자동차용 물량이 크게 늘어 추석 전후로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며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점에 명절을 즐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충북 진천의 반도체 패키징업체 세미텍도 연휴를 통째로 반납했다. 추석 당일인 22일에도 전 직원의 80%가량인 560여명이 출근한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휴대폰용 카메라렌즈 생산업체 코렌도 연휴를 포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판매량 증가로 렌즈 주문량이 덩달아 늘어서다. 이 회사 이종진 사장은 "임직원들에겐 미안하지만 납기를 생각하면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쉴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공작기계 생산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 창원공장 임직원 800여명은 대부분 연휴 기간 중 정상 근무한다.
창원공단 인근 다른 공장들은 최대 9일간 추석 연휴를 보내지만,이 회사 공작기계 사업부는 명절 당일인 22일 하루만 쉰다. 두산인프라코어 전신인 대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시절을 통틀어 명절 연휴에 정상 근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추석 연휴에도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올초부터 크게 늘어난 공작기계 수요 때문이다. 작년 이맘 때 70%를 밑돌던 공장 가동률은 올초 100%를 넘은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최고 158%까지 올라갔다. 야간 잔업과 주말 특근을 이어가며 연일 '풀가동'을 하는데도 물량이 달려 새로 주문받은 제품은 최소 석 달 후에나 공급할 수 있다. 평소 같으면 전화 한 통이면 보름 안에 인도받을 수 있었다.
자동차 · 반도체도 추석연휴 '풀가동'
자동차 부품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이 예상을 뛰어넘는 호황가도를 질주하면서 공작기계에도 '품귀'현상이 생겼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3분기 들어 월 평균 1000대의 공작기계를 수주했다. 사상 최대 호황기였던 2008년 3분기의 월 평균 850대를 훌쩍 뛰어 넘는 규모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연휴 동안 3일만 쉬기로 했다. 스마트폰 갤럭시S 주문이 밀려들면서 최대 9일을 쉬는 다른 사업장보다 휴무기간을 줄였다. LG전자 평택 휴대폰 공장의 생산직원 200명은 내달 출시할 스마트폰 '옵티머스원'의 원활한 초기 공급을 위해 연휴를 반납하고 정상 출근키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출고 대기 물량이 많은 모델을 생산하는 울산 2·3·5공장 등을 대상으로 연휴 직후인 25일부터 이틀간 특근 일정을 잡았다. 평소에도 상시 가동체제를 운영해 온 삼성전자 반도체(기흥)와 LCD(탕정) 공장,포스코 포항·광양 제철소,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SK에너지(울산)·GS칼텍스(여수)·LG화학(여수) 공장 등은 정상 교대근무 체제를 유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나아지면서 작년보다 많은 기업들이 연휴 중에도 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창민/남윤선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