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제16회 아시안게임은 어느 대회 때보다 '월드클래스' 스타의 활약이 절실하다.

홈 텃세를 바탕으로 거세게 밀어붙일 스포츠 강국 중국의 강력한 공세를 막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스포츠의 자존심을 지킬 대표 주자는 박태환(21.단국대), 장미란(27.고양시청), 진종오(31.KT), 임동현(24.청주시청), 남현희(29.성남시청), 이용대(22.삼성전기), 김재범(25.한국마사회), 우효숙(24.청주시청) 등이 꼽힌다.

이들은 야구, 핸드볼, 축구, 하키 등 세계 정상권의 구기 종목과 함께 한국 메달밭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월드 스타 가운데 선두 주자는 박태환이다.

특히 아시안게임은 박태환에게 '약속의 땅'이다.

4년 전 도하 대회 때 3관왕(자유형 200m, 400m, 1,500m)을 차지하면서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이번 대회는 부진에서 벗어나려는 박태환에게 또다시 약속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 세 종목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하며 쓴 맛을 본 박태환은 지난달 팬퍼시픽대회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로 도약을 알렸다.

주종목인 자유형 200m, 400m와 1,500m은 물론 단체전에도 나설 예정이다.

자유형 200m와 400m에서는 금빛 물살을 가를 것으로 보이지만 1,500m에서는 맞수 장린(중국)과 쉽지 않은 싸움을 펼쳐야 한다.

'여걸' 장미란에게도 아시아 무대는 비좁다.

장미란은 작년까지 여자 최중량급(+75㎏급)에서 세계선수권대회 4연패를 하며 세계를 호령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세계 대회 뒤 아직 컨디션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올 초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았고 최근에는 어깨와 허리 등에 잔 부상이 생긴 탓이다.

컨디션은 100%가 아니지만 아시안 게임 금메달에는 남다른 욕심을 갖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직 한 번도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미란은 "잘했을 때를 떠올리며 경기에 임하겠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놓치면) 또 4년을 기다려야 한다"라며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남자 권총의 1인자 진종오(50m 권총)도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우승하는 등 정교한 총 솜씨가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이다.

베이징 대회 이후 국제대회마다 꾸준히 금메달을 사냥하는 등 상승세다.

지난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0m 권총 단체전에서 한국 신기록인 1천686점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남녀 개인.단체에 걸린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하겠다는 양궁에는 임동현이 버티고 있다.

'효자 종목 수성'에 나선 임동현은 지난 1일 세계기록을 쏘며 전성기를 과시했다.

임동현은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라운드(70m 72발)에서 무려 691점을 쏘아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펜싱 간판' 남현희(여자 플뢰레)는 아시안게임 2연패에 나선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의 아쉬움을 이번 대회에서 달래겠다며 벼른다.

지난 7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동료이자 라이벌인 전희숙(26.서울시청)에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땄다.

전희숙과 함께 이 대회 플뢰레 단체전 2연패도 일궈내는 등 아시안게임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금빛 스매싱을 한 '윙크 보이' 이용대도 팔꿈치 부상을 털고 처음으로 아시안 게임 정상 정복을 노린다.

팔꿈치 통증 탓에 충분한 체력 훈련을 하지 못한 탓에 혼합복식에는 나서지 않는다.

대신 정재성(국군체육부대)과 호흡을 맞추는 남자복식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김재범은 유도 81㎏급에서 금빛 메치기를 노린다.

김재범은 이달 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녀 선수를 통틀어 유일하게 금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세계랭킹 1위인 김재범은 상승세를 이어 큰 대회에 얽힌 악연도 털어버리겠다는 생각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간 수치가 높아져 은메달로 밀렸고, 지난해 세계대회에서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통에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우효숙은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인라인롤러에서 무더기 메달 사냥의 선봉에 섰다.

우효숙은 작년 9월 중국 하이닝 세계선수권대회에서 EP(제외+포인트) 10,000m와 P(포인트) 10,000m 대회 3연패를 달성하는 등 세계무대에서도 한 단계 위의 실력을 자랑했다.

이번 대회에는 EP 10,000m 한 종목에 나서며 한국은 트랙 남녀 장단거리 6종목에서 4개 이상의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에게 이번 대회는 명예 회복의 무대다.

그레코로만형 60㎏급에 나설 정지현(27.삼성생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8강에서 탈락하며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 7월 16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장기인 강한 힘과 유연성 등 전성기의 기량을 거의 회복했다.

사이클은 돌아온 '지존' 조호성(36.서울시청)과 도하 대회 3관왕 장선재(26.대한지적공사)에게 기대를 건다.

조호성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국내 사이클 사상 최고의 성적인 4위를 작성하고 나서 경륜을 거쳐 지난해 복귀했다.

조호성은 장선재와 함께 4월 두바이에서 열린 아시아사이클선수권에서 각각 3관왕을 차지했다.

세계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구기 종목도 금메달로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준우승의 영예를 누린 한국 야구는 도하 대회에서 3위에 처졌던 '치욕'을 씻으러 나섰다.

최정예를 내세운 난적 대만과 까다로운 스타일의 일본을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관건이다.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정상에 서지 못한 축구도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의 상승세를 이을 기세다.

남아공 월드컵 주역 박주영(25.AS모나코), 김정우(28.광주 상무)가 기둥이다.

국제대회마다 감동의 이야기를 써 온 핸드볼은 남녀 동반 금메달을 노린다.

여자는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6회 연속 정상을 지킬 각오이며, 남자는 2006년 도하 대회 때 4위에 그친 아쉬움을 금메달로 달랠 생각이다.

아시아의 맹주인 남자 하키는 아시안게임 3연패를 향해 뛰고 있다.

여자 하키도 최근 상승세라 중국, 일본의 벽을 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종합대회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이 걸린 육상은 한국 선수단에는 '남의 잔칫상'이었다.

강세를 보였던 마라톤은 물론 트랙.필드 종목은 아시아의 벽도 높게만 느껴지는 상황이다.

여자 100m의 허들의 이연경(29.안양시청) 정도만이 금메달에 근접한 선수로 꼽힌다.

100m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김국영(19.안양시청)과 200m 역대 2위 기록을 쓴 전덕형(26.경찰대)도 기대감을 던진다.

한편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 국제대회 터줏대감이 여럿 있어 아쉬움을 산다.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에서 금빛 발차기를 한 황경선, 손태진 등 4명은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2006년 도하 대회 테니스 금메달리스트인 이형택은 은퇴했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한 역도 77㎏ 사재혁은 오른쪽 어깨를 다쳐 대회에 나서지 못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