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골프 한일전이 부활했다. 9월 10일부터 사흘 동안 제주 해비치 C.C.에서 개최된 ‘현대캐피탈 Invitational 한일골프대항전’이 그것이다. 금융회사 현대캐피탈은 ‘Invitational’이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싸이클, 체조 등의 비인기 종목으로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치러내 업계에서 찬사를 받아왔다. 현대캐피탈은 아직 충분히 대중화되지 못한 골프를 국가대항전, 그것도 한일 라이벌전 구도로 구성해 골프매니아가 아닌 사람들도 즐기며 응원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대회를 아시아 최고의 국가대항전이자 축제로 만든다는 방침 아래, 그동안 골프 대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시도로 대회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먼저 대회 우승 트로피. 현대캐피탈은 기존 골프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컵이나 도자기모양의 천편일률적 형태를 지양하고, 트로피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고자 골프 퍼터를 형상화해 우승 트로피를 만들었다. ‘챔피언 퍼터(Champion Putter)’로 명명된 이 트로피는 플래티넘으로 도금 처리해 세련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디자인을 매우 중시하는 현대캐피탈다운 발상이다.

대회 후원사가 트로피 디자인까지 주도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현대캐피탈은 트로피가 대회 자체를 상징하고 대회의 의미와 전통, 가치, 권위를 가장 먼저 대변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미국 방송사 CBS가 ‘최고의 골프 트로피’를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때, 브리티시오픈과 마스터즈, PGA 챔피언십의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 그린 재킷, 워너메이커 트로피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대회의 권위와 전통만큼 우승 트로피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양국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한일골프대항전의 새로운 전통을 시작하고, 대회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독창적인 트로피를 만든 현대캐피탈의 노력은 돋보인다.

선수를 위한 필드에서의 세심한 배려도 남달랐다. 현대캐피탈은 선수들의 시각적 부담을 고려해 러프 주변의 A보드(광고판)를 단색 레터링 형식으로 구성하고 수량을 최소화해 경기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일반 대회의 경우 100개 내외의 A보드가 설치되지만 이번 대회에는 그 절반도 안되는 47개만이 설치됐다. 또 가장 노출이 많이 되는 티잉 그라운드에도 홀안내보드 이외에 어떤 광고물도 넣지 않아 선수나 갤러리 모두 시원한 티잉 그라운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의 모자에도 현대캐피탈의 이름을 넣는 대신, 기업 CI를 형상화한 요소만 넣었다. 후원하는 기업의 로고와 형형색색 광고 일색인 기존 대회와는 분명히 차별화된 선택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선수들의 유니폼도 국가대항전이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디자인했다.

한일 각국을 대표하는 두가지 색상인 빨간색과 파란색을 모티브로 라운드별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복장만 봐도 누가 어느 나라의 선수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색상의 대비를 통해 한일국가대항전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현대캐피탈 특유의 마케팅 센스가 발휘될 차례였다. 대회장소가 제주도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현대캐피탈은 제주 공항에 대회 안내를 위한 아치 기둥을 세우고 현지에서 홍보차량을 운행했다. 대회 안내 문구를 입힌 대형 윙바디 차량과 리무진, 캠핑카의 차량행렬은 제주 전역을 운행하며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고, 독특한 홍보 방법에 ‘참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 냈다.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마케팅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캐피탈은 공식 홈페이지, 블로그, 트위터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 뿐 아니라 아이폰 어플리케이션과 QR코드 등 모바일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회관련 소식을 전하고 팬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특히,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은 경기스코어를 실시간으로 중계해 현장에서 스코어가 궁금한 갤러리들로부터 호응을 얻았고, 현장에 가지는 못했지만 한일전을 응원하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블로그, 트위터에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경기장 상황을 살펴보면서 멀리서나마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대회가 한일 국가대항전인 만큼, 골프매니아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갤러리 이벤트도 준비했다. 입장권 추첨, 승리팀 맞추기, 벙커샷 이벤트, 퍼팅 이벤트 등을 통해 기아자동차 쏘울과 모닝을 비롯, 전자제품과 골프용품 등 총 1억원의 경품을 내걸고 갤러리를 손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