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복지와 기업을 위한 내일찾기] '내일찾기' 프로젝트 열흘 만에 36개社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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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ㆍ5개기관 공동 프로젝트
신용회복자·구인 기업 연결
취업성공 첫 사례도 나와
애니카서비스 "120명 뽑겠다"
신용회복자·구인 기업 연결
취업성공 첫 사례도 나와
애니카서비스 "120명 뽑겠다"
일자리를 찾으려는 신용회복자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내일찾기'프로젝트가 지난 6일 출범한 뒤 열흘 만에 36개 기업이 구인 등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기업이 채용하겠다는 인원은 240명에 달한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애니카서비스㈜는 이 가운데 절반인 120명을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학중 캠코 취업지원팀장은 "기업들의 호응도가 예상 외로 높다"며 "신용회복자에 대한 기업들의 선입견과 불신도 조금씩 엷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 채용사례 등장
한국경제신문이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회복위원회 등 5개 기관과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내일찾기'프로젝트에서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채용이 이뤄진 사례도 나왔다. 구인 · 구직 등록과 취업상담사의 알선,서류 및 면접 전형 등을 거쳐 채용이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초고속 채용이다.
첫 채용의 주인공은 신용회복자 김성호씨(47).경북 경주에 있는 가드레일 제조업체인 ㈜해원에 취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연매출 140억원,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한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작년 한 해 매출액 신장률이 120%에 달할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직원도 21명으로 1인당 매출액이 7억원에 이른다.
박용관 ㈜해원 사장이 지난 13일 첫 출근한 김씨를 직접 맞았다. 건물 입구에는 전 직원이 함께 찍은 걸개 사진이 걸려 있다. 박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을 뒤로 하고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간단한 브리핑을 받은 뒤 가드레일 자동화 생산 공정을 관리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과 대기업과 중견건설사 전산실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력이 빛을 발했다.
◆한경 읽고 곧장 구인기업 등록
한국경제신문 애독자인 박 사장은 지난 7일자부터 4차례에 걸쳐 보도된 '내일찾기'기사를 본 뒤 관련부서에 신규 채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평소 나눔경영에 관심이 많았던 박 사장은 신용회복자의 재기를 돕자는 이번 프로젝트 취지에 십분 공감했다. 박 사장의 지시를 받은 박기환 관리부장은 대한상의 홈페이지에 곧바로 접속,구인기업 1호로 등록했다.
채용도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캠코 소속 취업상담사의 협조를 받아 김씨는 해원 측에 먼저 연락했고 김씨의 이력서를 받은 박 사장은 면접을 보겠다고 했다. 지난 9일 치러진 김씨 면접에서 그의 성실성과 능력을 확인한 박 사장은 그 자리에서 채용을 결정했다. 박 사장은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경제 상황과 가족 문제로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재기 의지와 근로 의욕이 충만했다"며 "이런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지속적으로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일찾기로 희망 되찾아
김씨는 1980년대 중반 전문대 전자과를 졸업했지만 당시 인기직종으로 떠오르던 프로그래머로 일하기 위해 전산학원에서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땄다. 1988년 새한미디어에 입사,2년간 근무하다가 건설업체인 한신공영으로 스카우트됐다. 이후 11년간 전산실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가 터진 뒤 회사는 상시 구조조정 체제에 들어갔고 2001년 회사를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생계를 돕겠다던 아내가 다단계판매의 꼬임에 빠졌다. 아내는 영업을 위해 김씨 몰래 카드까지 발급받았다. 결국 2003년 집을 날리고 은행과 카드사 등에서 2000만원가량의 빚까지 졌다.
아내와 이혼한 그는 아들과 경기도 광주의 한 옥탑방에 들어갔다. 닥치는 대로 일했다. 낮에는 KT하청업체에서 인터넷 케이블을 깔고 밤에는 고깃집에서 불판을 닦았다. 일을 찾아 부산 울산 등 전국을 떠돌았지만 빚을 갚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용불량자가 된 이후인 2005년 그가 졌던 빚이 캠코로 넘어갔고 지난 8월 채무재조정을 통해 원금의 30%를 감면받았다. 향후 8년간 매달 9만6000원씩 나눠갚으면 되도록 채무재조정이 이뤄졌다. 김씨는 "그 때 유치원생이었던 아들이 내년 대학에 간다"며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