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외국인의 채권 매수 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상 외로 금리를 동결한 지난주 이후 일부 투자자는 차익을 실현하는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5886억원(13일 기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같은 기간에 1조8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크게 줄었다. 하루 평균 순매수 금액도 지난달엔 2575억원에 달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2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날이 지난 6일(7506억원)과 13일(3043억원) 이틀에 불과하다. 금통위가 열렸던 9일에는 2225억원을 내다팔았고 10일에도 3417억원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윤일광 대우증권 연구원은 "5년 만기 국채 발행이 이뤄지며 전날 외국인이 순매수를 보였지만 이를 제외하면 매수 규모가 크지 않고 특히 선물시장에서는 이날까지 닷새 연속 팔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뜸해지면서 채권 보유 잔액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달 6일 77조9981억원까지 늘었던 외국인 보유 채권 잔액은 전날 76조3679억원으로 닷새 만에 1조6300억원가량 줄었다.

이에 대해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국 국채의 투자 매력이 여전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본격적인 '팔자'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난주 금리 상승에 베팅했던 외국인이 예상 밖의 금리 동결로 타격을 입어 당분간 매도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 연구위원은 "지난 7월 이후 금리 상승을 기대하고 국채선물을 매수했던 외국인의 경우 전망이 어긋나면서 손실을 본 상황"이라며 "오는 20일 국채선물 만기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는 '사자'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재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그동안은 한국 국채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컸지만 경기 둔화 우려가 잦아들며 중장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하락(가격은 상승)하고 있다"며 "한국 국채에 집중됐던 외국인의 시선이 분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글로벌 채권시장 내 유동성의 방향이 급격히 변할 가능성은 낮지만 원 · 달러 환율의 변화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