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일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CISADA)'이 발효되면서 이란과 미국 양국에 관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발효된 지 2개월이 넘었지만 미국 유수의 로펌들도 경계선상의 문제들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한' 부분이 많은 법이기 때문이다.

CISADA 제102(a)조는 일정 금액을 넘기는 △이란 석유자원 개발에 기여하는 투자 △이란 내 정제된 석유제품 생산을 쉽게 하는 재화,용역,기술,정보,지원 등의 매매 · 제공 △정제된 석유 제품의 이란에 대한 매도 · 제공 등을 금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102(a)조 중 '직접적이고 상당하게(directly and significantly)'라는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 당국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CISADA 위반인지 아닌지 판가름 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CISADA 위반 조사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미 국무부 내 팀원은 10여명 정도로,이란의 석유자원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을 1순위로 삼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모호한 조항이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CISADA 위반 여부가 갈릴 수 있어 기업들의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올해 초부터 CISADA 관련 대비를 시작했지만 명확한 답은 찾지 못한 상태다. 최근 해외건설협회와 율촌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기업들은 "이란 정유시설 인근에 직원들이 거주할 주택을 짓거나 시설 앞까지 가는 교통망을 구축해도 CISADA에 저촉되는가" "한국 정부의 제재조치로 손해가 발생하면 보상을 요구할수 있는가" "이미 건립한 정유 관련 시설에 보수공사를 해 줘도 안되는가" 등의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해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신동찬 율촌 변호사는 "국내 기업이 진행하는 사업이 정유시설이나 석유제품 등 CISADA가 금지하고 있는 부분에 저촉되지 않을 것이라는 진술보장조항을 넣는다면 문제가 발생해 미국 당국에 소명해야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한국 정부의 제재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CISADA가 명확하게 금지하는 행동은 피하는 게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 CISADA

Comprehensive Iran Sanctions,Accountability,and Divestment Act.지난 6월 미국 의회에서 통과돼 7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법률이다. 이란 석유자원 개발이나 석유제품 생산 등에 관여하는 기업들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경제활동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