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1년간 피임을 했던 정은주(32세) 씨는 아이를 가지려고 했으나 6개월 이상 임신이 되지않자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검사 결과, 난소의 노화로 인해 자연임신이 쉽지 않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몹시 실망한 정 씨는 지난 1년간 산부인과를 방문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피임을 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한데… 설상가상으로 몸이 자주 피곤해 찾은 내과에서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단되어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며 이 기간 동안 임신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래저래 임신이 쉽지도 않고 장기간 늦춰지게 되자 정 씨는 결혼 초에 산전검사를 하지 않고 무턱대고 피임을 했던 것이 너무나 큰 한으로 남게 되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맘만 먹으면 쉽게 임신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맞벌이 부부들은 당분간 신혼생활을 즐기거나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를 갖출 때까지 무턱대고 ‘피임’을 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요즘 결혼연령이 30대 초반으로 올라갈 정도로 늦어지고 있는데다 첫 아이를 출산하는 연령도 높아지면서 불임가능성이나 기형아 및 조산에 따른 저체중아 출산률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결혼식을 올리기 전이나 자녀 출산 계획을 실행하기 이전에 ‘산전검사’를 받아본 후 ‘계획임신’을 하는 것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산전 검사를 통해 불임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불임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고, 태아나 산모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냄으로써 보다 건강하게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전 검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예비신부를 위한 검사 항목에는 혈액검사, 자궁 경부암 검사, 골반초음파 검사 등이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풍진항체검사, 간염보유자 유무확인, 에이즈나 성병에 노출 유무 등을 검사할 수 있다. 풍진의 경우 임신 중에 감염이 되면 태아 기형 발생의 위험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항체여부를 미리 검사하여 항체가 없는 경우 미리 예방백신을 맞아야 한다. 풍진 예방 백신을 맞으면 한 달이 지난 후 임신을 시도해야 한다. B형 간염 역시 임신 중에 태아에게 수직감염이 가능하므로 B형 항체 여부를 파악해 엄마가 보균자인 경우 아기가 태어난 후 수시간 이내에 면역글로불린과 B형 간염 백신을 주사해야 항체가 빨리 형성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산전 검사를 통해 각종 질환이 발견되면 이를 치료하고 임신에 임해야 태아의 기형도 예방하고 산모도 건강하게 임신기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또한, 난소의 상태를 확인해 자연임신이 가능한 지 파악해야 자녀 계획에도 차질이 없게 된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검사도 필수다. 자궁경부암은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암이기 때문에 산전검사 항목으로 꼭 포함하는 것이 좋고, 출산 후에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난소와 자궁 초음파를 실시하면 임신이 가능한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고 크기가 큰 자궁근종을 발견할 경우 임신 전에 제거해 보다 건강한 임신이 되도록 준비할 수 있다. 한편, 소변검사를 통해 신장기능을 체크하는데, 이는 무증상의 방광염, 신우염을 발견하여 만성으로 진행하는 것을 방지하고 조기진통과 신우염을 예방할 수 있다. 이밖에도 불규칙 항체 선별 검사를 해두면 좋다. 이 검사는 통상적인 ABO, Rh 혈액형 외에 또다른 불규칙 항체가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로 만약 불규칙 항체가 산모의 혈액에 존재할 경우 수혈부작용, 신생아의 빈혈, 황달 등을 초래한다. 결혼 전 위 검사들을 받지 못했다면 결혼 후 임신이 되기 전에 검사를 받는 것이 좋으며 이 시기를 놓치고 임신을 하게 되면 임신 초기에 위 검사들을 시행하면 된다. 검사 중에는 임신 중에 받으면 더 좋은 검사가 있다. 간과 신장기능 검사인데 급만성 간염, 그외 간기능 장애 여부, 신장기능 이상을 알 수 있다. 또 심전도 검사를 통해 전에 모르던 심장병이 발견될 수도 있다. 임신 중에는 혈액량이 1.5배 정도 증가하여 심장기능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전 산전 검사의 중요성은 이를 통해 ‘계획 임신’을 할 수 있다는데 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할 것은 미리 치료하고 예방백신을 맞을 것은 맞는 한편, 임신 전부터 미리미리 엽산을 복용해 태아의 신경관결손증 등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예비 엄마가 당뇨병 환자일 경우 당을 철저히 조절함으로써 기형아 출산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산전검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불임 부부의 경우 남성 쪽이 원인인 경우가 30%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남성의 산전검사는 정자 생성 장애와 정자 기능 장애, 정자 배출의 장애, 그리고 성기능 장애 등을 살펴 불임 여부를 판단하고, 원인에 따라 치료를 받는 순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다 전립선 질환이나 성병 여부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글 / 인권분만연구회 회장 산부인과 전문의 김상현)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