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경기침체와 재정적자라는 두 가지 악재로 허덕이지만 스웨덴은 사정이 다르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 공통된 악재가 없다. 오히려 경기 과열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본격적인 출구 전략에 돌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스웨덴이 튼튼한 재정과 제조업 수출 경쟁력 덕에 경기침체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고 보도했다.

◆EU에서 가장 낮은 재정적자 비율

스웨덴 국가통계국은 이날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잠정치인 3.6%를 훨씬 웃도는 성적표다. 유럽연합(EU) 27개국 중 두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며, EU 평균(1.9%)의 두 배가 넘는다. 안데르스 보리 재무장관은 “스웨덴 경제에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경기 과열이 우려되는 수준이다.스웨덴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융위기 후 두 번째 금리 인상 조취다.

AFP통신은 스웨덴의 경기회복은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금융위기 이후 GDP의 5%가 넘는 자금을 투입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만 인프라 확충 등 경기부양책으로 450억 크로나(약 7조원)를 썼다. 스웨덴은 금융위기 이전까지 재정흑자비율이 GDP 대비 3%에 육박할 정도로 튼튼한 재정 상태를 유지했다. 실탄이 넉넉한 덕에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펼쳤지만 국가재정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지난해 재정적자로 돌아섰만 그 규모는 GDP 대비 0.5%로 EU27 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탄탄한 재정은 1990년대 실시했던 강력한 재정개혁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유럽 각국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올 들어서야 사회보장 지출에 본격적으로 손대기 시작했다. 반면 스웨덴은 17년 전에 과도한 복지 문제를 해결했다. 1993년 스웨덴은 사회보장 지출에 따른 후유증으로 재정적자가 GDP 대비 12.3%에 달하자 사회 복지제도 개선과 공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정수입을 확충했다. 덕분에 1990년대 후반부터 흑자재정으로 전환한 뒤 재정흑자 목표를‘GDP 대비 2%’로 정하고 재정 상태를 관리해왔다.

◆대기업이 경기 회복 주도

스웨덴은 총인구가 900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내수시장이 작은 반면 수출의존도는 GDP의 80%에 달한다. 스웨덴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들도 대부분 수출주도형이다. 이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침체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2008년 1820억달러에 달한 수출은 지난해 1550억달러로 15% 감소했다. 그러나 올 들어 자동차와 정밀기계류 등 제조업의 빠른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2008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발렌베리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일찌감치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 다변화를 한 덕분에 스웨덴 경제도 급속히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에릭슨사브 아스트라 제네카 SEB 등 업종을 망라한 다양한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발렌베리그룹은 스웨덴 전체 GDP의 30%와 스웨덴 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김 위원은 “스웨덴 대기업들은 1990년대 경기침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경쟁력을 키워왔다”며 “연구·개발(R&D)과 인재 교육에 꾸준히 투자한 것이 불황을 견뎌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스웨덴의 GDP 대비 R&D 비중은 3.7%로 EU 평균(1.8%)의 두 배 수준이다.

자율적인 통화정책도 경상수지 흑자를 꾸준히 유지하는 배경이다. 스웨덴은 2000년대 이후 매년 약20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 중이다. 스웨덴은 EU의 일원이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국가는 아니다. 자국 화폐인 크로나환율은 유로화 출범 이후 유로당 9크로나 초반대를 유지해왔다. 유로화 대비 낮은통화가치 덕에 유로존 국가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강경민/임기훈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