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 백령·대청·소청·연평도와 우도를 일컫는 말이다. 보통은 출입이 어려운 우도 대신 소연평도를 포함시킨다. 바다에 설정된 북방한계선(NLL) 너머로 북한을 가까이 마주하고 있어서인지 까닭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섬들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에 특히 그렇다. 그러나 서해 5도는 언제나처럼 정겹고 푸근하다. 주민보다 군인이 많다지만 여느 섬과 분위기가 다를 게 없다. 백령도 두무진 기암과 대청도 모래사막,연평도 빠삐용바위와 소연평도 얼굴바위 등 해안절경도 늘 그대로다. 가을바람이 더 좋은 섬여행,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서해 5도 여행은 어떨까.

◆바다지킴이 백령도

백령도는 우리나라에서 여덟 번째로 큰 섬이다. 좀 먼 편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228㎞,쾌속선으로 네 시간가량 달려야 용기포 선착장에 닿는다.

사곶해수욕장(천연기념물 제391호)이 눈에 띈다. 길이 3㎞,폭 200~300m의 규조토 해변이다. 모래밭이 어찌나 단단한지 자동차가 달리고 비행기도 뜨고 내릴 정도다. 세계적으로도 두 곳뿐인 천연 비행장이라고 한다.

백령도 제일의 해안절경은 섬 서북쪽 끝의 두무진(頭武津)이다. 비바람에 쓸리고 파도에 깎인 선대암 · 코끼리바위 · 장군바위 · 형제바위 등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바위 하나하나의 모습이 대군을 호령하는 장수처럼 위풍당당하다. 두무진 반대편 남포리의 콩돌해변도 백령도에서만 볼 수 있는 해변.1㎞ 길이의 해변이 콩처럼 자잘한 돌로 가득하다. 돌 색깔도 다채롭다. 맨발로 산책하면 지압효과도 볼 수 있다.

백령도는 '심청전'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다. 두무진과 북한 장산곶 사이에 심청이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가 있다.

◆하이킹하기 좋은 대청도

대청 · 소청도는 백령도 가는 길에 있다. 백령도와 연계해 2박3일 일정으로 여행하기 좋다. 백령도 크기의 4분의 1 정도인 대청도는 자전거 하이킹이나 걷기여행을 하기에 좋다. 일주도로가 잘 닦여 있다.

섬 북쪽 옥죽동해변에는 길이 2㎞,폭 1㎞의 모래사막도 형성돼 있다. 사탄동해변 근처에 우리나라 최북단 동백나무자생지(천연기념물 제66호)가 있다.

소청도는 대청도의 4분의 1 크기다. 선착장에서 30분쯤 걸어가면 하얗게 분을 칠한 것 같은 분바위가 나온다. 달빛을 받으면 하얀 띠를 두른 것 같다고 해서 '월띠'라고도 불린다. 분바위는 6억~10억년 전 남조류나 남조박테리아에 의해 형성된 석회암 화석의 일종인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한다. 지난해 천연기념물 제508호로 지정됐다.

섬 서쪽 끝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1908년 세워진 소청도등대가 있다.

◆조기섬 연평도

연평도는 '조기섬'이다. 지금은 꽃게가 많이 잡히지만 조기를 빼놓고 연평도를 말할 수 없다.

연평도 조기잡이는 조선 인조 때의 명장 임경업 장군이 처음 시작했다. 청나라를 치기 위해 명나라로 향하던 임경업 장군이 물과 식량을 구하려고 섬에 들렀다가 얕은 바다에 가시나무를 박아 조기를 잡는 어살법을 가르쳐줬다고 한다.

등대공원에서 야영할 수 있다. 등대공원 아래에 관광전망대가 있다. 조기역사관에서 연평도 조기잡이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관광전망대 언덕은 연평도 제일의 일몰포인트다.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절벽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빠삐용 바위'도 보인다. 소연평도는 손바닥만한 섬이다. 사람 얼굴을 옆에서 보는 것 같은 얼굴바위가 동남쪽 해안에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TIP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항하는 청해진해운(032-889-7800)의 데모크라시 5호,우리고속페리(032-887-2891)의 마린브릿지호와 프린세스호가 소청도,대청도를 경유해 백령도로 향한다. 하루 1회씩 총 3회 운항한다. 대청도까지 3시간40분,백령도까지 4시간 걸린다. 고려고속훼리(1577-2891)의 코리아익스프레스호가 하루 한 차례 연평도를 연결한다. 2시간 걸린다.

백령도에서는 사곶해수욕장 인근 사곶냉면집(032-836-0559)의 냉면을 맛보자.백령도 특산인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맞춘 메밀냉면과 칼국수 그리고 짠지떡을 맛볼 수 있다. 찹쌀가루와 메밀가루를 섞어 만든 만두피에 다진 김치와 굴,홍합 등을 넣어 쪄낸 게 짠지떡이다.

대청도에는 바다식당(032-836-2476)의 성게칼국수가 유명하다. 고명으로 얹은 성게알과 홍합 국물이 어울려 깊은 맛을 낸다. 연평도에는 미영식당(032-831-4327)등의 음식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