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별채용'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특채'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자체는 물론이고 지자체에 딸린 공공 단체에선 친인척을 멋대로 고용하고 직급 승진도 원칙 없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서울시내 자치구와 지자체에 따르면 강북구 도시관리공단 K이사장은 지난 4월 5촌 조카를 8급 직원인 수행비서 겸 관용차 운전사로 채용했다. 8급은 공단의 최하위 직급이지만 57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특채는 별도의 외부 공지 없이 이사장 면접을 통해 결정된다. 이번 특채 의혹은 지난달 말 강북구청 웹사이트에 한 시민이 글을 올린 뒤 알려졌다.

K이사장은 "3~4명이 지원했는데 조카를 채용했다"며 "아는 사람이 차를 몰고 수행하면 마음 편하게 일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규정상 문제는 없지만 논란이 불거지자 조카가 사표를 제출해 어제 수리했다"고 설명했다.

성동구 도시관리공단에서도 특혜성 채용 논란이 일고 있다. 2006년 6월 말 L구청장의 조카사위인 L씨가 구청장과의 관계가 알려지지 않은 채 공단에 실무 계약직으로 특채됐다는 것.L씨는 2008년 무기계약직(6급)으로 전환됐고 직위 공모를 통해 관리자인 팀장에 올라 '이례적인 승진'이란 평을 듣고 있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 계약직의 경우 채용 과정이 엄격하지 않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정년 보장은 물론 각종 복지혜택도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받는다"며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계약직은 '숨은 노른자위'로 꼽혀 인사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과 부산,광주,울산 등 지방에서도 채용과 관련된 비리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송도테크노파크는 최근 인천시 감사 결과 인사관리 규정의 채용자격기준(학력)을 위반하면서까지 직원 3명을 채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송도테크노파크 S원장은 다른 지역 테크노파크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 5명의 서류전형과 면접심사에 직접 참여해 이들을 전부 채용한 것으로 드러나 시정조치를 받았다. 심지어 작년 9월 직원 실무면접에서 영어 논술 독해 시험문제를 송도테크노파크 인사위원 1명이 출제한 데다 출제한 위원이 시험응시자 23명의 점수를 채점한 뒤 임의로 점수를 바꾼 사실도 드러났다.

부산시 사하구청은 지난 6월 구청 홈페이지 등에 다대포 음악분수대 운영 프로그래머 계약직 공무원으로 사하구청 모 국장(당시 총무국장)의 딸인 A씨(29)가 최종 합격했다는 공고문을 올렸다. A씨는 작년에 똑같은 직군의 계약직 공무원 공모에 지원해 합격했으나 구청 간부의 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 홈페이지 등에서 논란이 일자 결국 채용계약포기서를 제출했다. 부산지역 한 구청 간부는 "지자체의 인사 및 채용이 구청장의 고유 권한인 데다 철저한 외부 감시도 없어 의혹만 제기되다가 묻히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동구청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채용한 무기계약직 및 기능직 공무원 24명 중 20% 이상이 특혜채용 의혹을 받고 있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상무프로축구단의 마케팅 팀장에 무용전공자인 S동구청장의 처조카 P씨가 채용돼 이 과정에서 구청장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기능직 등에 지방선거 참여를 이유로 사퇴한 모 주민자치위원장의 아들 등도 합격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창수 공무원노조 광주동구지부장은 "구청장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측근 챙기기 인사를 단행했다는 의혹이 짙다"며 "채용 과정은 미리 정해놓은 합격자들을 공식화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김동민/최성국/김태현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