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카미노 데 산티아고)'은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꿈의 코스'로 불린다. 예루살렘,로마와 함께 중세시대를 대표하던 성지순례길.이곳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손에서 가장 빈번하게 만나는 책이 바로 네덜란드 작가 세스 노터봄(77 · 사진)의 《산티아고 가는 길》(민음사)이다.

평생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살아온 소설가이자 여행문학가인 노터봄이 18년 만에 출간된 한국어판을 기념하기 위해 7일 방한했다.

그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 '성지순례'와 '스페인의 역사와 예술'이라는 두 장르를 아우른다고 설명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12사도 중 야곱을 위해 지어진 대성당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종착역으로 해요. 1000년 전에는 가톨릭 신자들이 걷다가 험난한 자연과 싸우면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기도 했죠.그런데 이제 현대인들은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 성취감을 얻기 위해 도전합니다. 자신과의 싸움,자신을 증명하는 일이 된 거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으로 가는 순례길은 원래 파리 등 유럽 본토에서 시작해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지대에 있는 피레네 산맥을 넘는다. 스페인의 동쪽부터 서쪽까지 북단을 횡단하는 약 800㎞코스로 걸어서 한 달 이상 걸린다. 요새는 국경 근처의 자카(Jaca)라는 도시에서 출발한다. 이곳은 세계적인 관광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노터봄은 책에서 종착지로 가는 수많은 길을 소개한다. 스페인 전역의 샛길을 따라 역사와 미술,문화를 담아낸 것.그는 여행을 문학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페인 사람보다 스페인을 더 잘 아는 작가라는 칭송과 함께 훈장을 받기도 했다.

"전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그곳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여행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비록 짧은 시간 머물더라도 모든 감각을 열어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거죠.또 다른 방법은 1년 이상 오래 머물면서 찾는 겁니다. "

《태풍의 눈》이란 책에서 작가가 '나그네는 태풍의 눈으로 그 세계를 본다.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놓치고 지나가는 것을 고요한 태풍의 눈은 바로 잡아낼 수 있다'고 표현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노터봄은 10대 후반 때 양부에 의해 맡겨진 수도원을 뛰쳐나와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성장했다. 스무살에 쓴 자전적 성장소설 《필립과 다른 사람들》(1955)로 '안네 프랑크 상'을 수상했고 '유럽 문학상''괴테 상''레지옹 도뇌르 훈장' 등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노벨 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데 대해 "존경하던 벨기에 작가 휴고 클라우스는 수상이 임박했다며 밖에서 헬리콥터가 대기하던 중에도 다른 사람이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결국 노벨상을 받지 못한 채 죽었다"며 "물론 (내가) 받으면 기쁘겠지만 노벨상은 작가의 전반적인 수준보다는 특정 작품에 치중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영어)로 책을 쓴 작가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