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과 장국영을 아시아 톱스타로 만들었던 홍콩 영화 '영웅본색'(1986년)을 한국어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무적자'가 16일 개봉된다. 위조지폐 밀매단인 형과 경찰 동생,친구 간의 야망과 우정,갈등을 그린 원작을 115억원을 투입해 탈북자 출신 무기밀매단 이야기로 그려냈다.

무기밀매 조직 보스인 형(주진모)과 어릴 때 헤어졌던 경찰 동생(김강우),형과 함께 조직을 이끄는 영춘,그들을 위기에 빠뜨리는 남자(조한선) 간의 인생 드라마가 펼쳐진다. '역도산'의 송해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승헌이 영춘 역을 맡았다. 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송승헌을 만났다.

"'영웅본색'은 1980년대 남성들의 로망이자 전설이었습니다. 쌍권총을 쏘는 주윤발이 얼마나 멋졌습니까. 리메이크작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욕 먹거나 본전일 겁니다. 원작과 비교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도 한국적인 색깔을 살린 이야기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

그는 '카라'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송 감독과 옛날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로 의기투합했다.

"북한 특수부대원 출신의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성공하고 싶어 무기밀매상이 됐어요. 잃어버린 동생도 찾고 싶어하고요. 동생은 경찰이 됐죠.그들 간의 끈끈한 우정과 의리를 담아냈습니다. 아픔을 지닌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어요. "

'영웅본색'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일부 액션 장면은 그대로 차용했다. "올드 팬들은 주윤발이 위폐에 불을 붙여 담배 피우는 장면 등을 떠올릴 겁니다. 놓칠 수 없는 장면이죠.이 영화에서도 쌍권총을 쏘거나,총을 맞고 절규하거나,형의 복수를 위해 몸을 던져 습격하는 장면 등은 옛 기억을 되살려줄 겁니다. 액션이 보다 풍성하고 자연스러워졌습니다. "

특히 영춘이 3년 만에 철저히 망가진 모습으로 친구들과 재회하는 장면은 촬영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송 감독은 첫날 현장에서 '액션'이라고 외치지 못한 채 송승헌을 불렀다.

"누가 봐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분장만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면서.저보고 술마시고 담배를 피우라고 했죠.씻지 말고 피부도 까칠하게 만들고 눈빛도 탁하게 한 뒤 찍자고 하더군요. "

이런 요구는 처음이어서 내심 야속했다. 하지만 송승헌은 5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술도 마셨다. 20일 뒤 찍은 장면을 보고 감독을 이해하게 됐다. 오히려 좀더 망가졌으면 하는 욕심까지 생겼다.

"드라마 '가을동화'와 '여름향기' 등을 본 팬들은 저를 부드럽고 다정한 남자로 기억하지만 원래 저는 거칠고 남자다운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B형의 단점들을 다 갖고 있어요. 직선적이고 고집 세고 다혈질이며 고지식합니다. 물론 친한 사람과는 오래가고 잔 정(情)도 많은 장점도 있지만요. "

촬영은 지난 1월부터 6개월이나 걸렸다. 액션 분량이 많고 태국에서 한 달반 정도 로케이션 촬영도 했기 때문이다. 송승헌은 이 영화를 촬영한 직후 일본에서 할리우드 흥행 멜로 '사랑과 영혼'의 리메이크작에 출연했다. 촬영 기간은 딱 40일이었다.

"운 좋게도 전설적인 멜로 영화 '사랑과 영혼' 리메이크작에도 출연했습니다. 두 영화를 겪으며 한국과 일본의 촬영 습관이 너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은 시간 관념이 철저합니다. 한국은 보다 정성스럽게 찍고요. 양국의 장점을 혼합하면 이상적일 겁니다.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