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에어컨 없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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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 저녁 선선한 가을 바람이 반가운 계절이다. 최근 몇 년간 여름이 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이번 여름이야말로 살면서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는 생각을 매년 한 것 같다. 원래 여름 더위는 견디기 힘든 것이라 그렇게 느끼는 건지,정말로 한 해 한 해 여름이 점점 더워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더구나 얼마 전부터는 고유가 시대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정부가 대형건물 냉난방의 실내온도를 제한하고 있어 여름 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올해 우리 회사에서도 실내온도 제한인 26도를 넘기지 않고 여름을 보냈다.
실내 기온이 26도면 땀이 줄줄 흐르지는 않지만 입가에 송글송글 땀이 맺힐 정도는 된다. 더운 날씨에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넥타이라도 풀고 일할 수 있도록 사장인 나부터 솔선수범으로 넥타이를 매지 않고 다녔다. 더위에 힘들어 하며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그냥 시원하게 냉방된 상태에서 일하면 훨씬 능률이 오를 터인데 꼭 이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가정과 직장에서 냉방온도를 1도만 올려도 한 해 3조원이 절약된다고 한다. 아주 더워 견디기 힘든 시기는 한 달 정도이니 눈 질끈 감고 참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어릴 적 기억으로는 여름이 이렇게까지 덥지 않았던 것 같다. 에어컨이 그다지 흔한 물건이 아니었고 지금처럼 어디나 실내에 들어가면 냉방이 돼 시원하지도 않았지만 그럭저럭 여름을 넘기곤 했다. 필자가 처음 구입한 차는 에어컨이 없었다. 여름에 어린 자식들을 태우고 다니노라면 더워서 모두 얼굴이 빨개져 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 시절에,이렇게 더워서 어찌 사람이 살겠나 불평했던 기억은 없으니 삼십 년 사이에 여름이 정말 더워졌단 말일까. 아니면 냉방시설이 너무 흔하고 많아져 우리의 저항력이 떨어진 건 아닐까.
올 여름 실내온도 제한 덕분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범지구적인 현상이 된 시대에 사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우리 몸이 피곤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면 감기에 잘 걸린다. 감기는 우리 몸이 이제 쉬어줘야 할 때라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이상 기후 또한 지구가 우리에게 이제 좀 쉬어줘야 할 때라고 보내는 신호일 것이다. 냉난방의 과다 사용을 자제하고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온난화를 가져오는 온실 가스의 감축을 위해 꼭 필요하다.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고 내복을 껴입고 겨울 추위를 견디던 시절의 계절 적응력을 다시 회복할 때가 된 것 같다.
허정범 < 현대하이카다이렉트 사장 jbhuh@hicardirect.com >
더구나 얼마 전부터는 고유가 시대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정부가 대형건물 냉난방의 실내온도를 제한하고 있어 여름 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올해 우리 회사에서도 실내온도 제한인 26도를 넘기지 않고 여름을 보냈다.
실내 기온이 26도면 땀이 줄줄 흐르지는 않지만 입가에 송글송글 땀이 맺힐 정도는 된다. 더운 날씨에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넥타이라도 풀고 일할 수 있도록 사장인 나부터 솔선수범으로 넥타이를 매지 않고 다녔다. 더위에 힘들어 하며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그냥 시원하게 냉방된 상태에서 일하면 훨씬 능률이 오를 터인데 꼭 이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가정과 직장에서 냉방온도를 1도만 올려도 한 해 3조원이 절약된다고 한다. 아주 더워 견디기 힘든 시기는 한 달 정도이니 눈 질끈 감고 참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어릴 적 기억으로는 여름이 이렇게까지 덥지 않았던 것 같다. 에어컨이 그다지 흔한 물건이 아니었고 지금처럼 어디나 실내에 들어가면 냉방이 돼 시원하지도 않았지만 그럭저럭 여름을 넘기곤 했다. 필자가 처음 구입한 차는 에어컨이 없었다. 여름에 어린 자식들을 태우고 다니노라면 더워서 모두 얼굴이 빨개져 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 시절에,이렇게 더워서 어찌 사람이 살겠나 불평했던 기억은 없으니 삼십 년 사이에 여름이 정말 더워졌단 말일까. 아니면 냉방시설이 너무 흔하고 많아져 우리의 저항력이 떨어진 건 아닐까.
올 여름 실내온도 제한 덕분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범지구적인 현상이 된 시대에 사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우리 몸이 피곤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면 감기에 잘 걸린다. 감기는 우리 몸이 이제 쉬어줘야 할 때라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이상 기후 또한 지구가 우리에게 이제 좀 쉬어줘야 할 때라고 보내는 신호일 것이다. 냉난방의 과다 사용을 자제하고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온난화를 가져오는 온실 가스의 감축을 위해 꼭 필요하다.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고 내복을 껴입고 겨울 추위를 견디던 시절의 계절 적응력을 다시 회복할 때가 된 것 같다.
허정범 < 현대하이카다이렉트 사장 jbhuh@hicardirec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