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외교통상부가 최근 5급 사무관 특채를 통해 유명환 현직 장관의 딸을 뽑았다가 말썽이 되자 자진 취소 형식으로 없었던 일로 되돌렸다. 유 장관이 어제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채용되는 것이 특혜 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외교부는 "공정한 선발절차를 거쳤으며 최종 3명의 후보자 가운데 가장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맞는 말일 수 있고,채용 절차 또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우리는 믿고 싶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적임자였느냐 여부가 아니라 현직 장관의 딸이 그 조직의 유일한 특채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번 특채는 서류심사와 면접만으로 진행됐는데 면접관 5명 가운데 2명이 현직 외교부 간부였고 보면 채용이 완전히 공정했다고 믿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무엇보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았을 유 장관이 자녀의 특채 지원을 만류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굳이 '오이밭에서는 신발 끈을 묶지 말라'는 고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공직자의 처신과 의식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다. 도덕성의 결함이 문제가 돼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고위 공직자들은 과연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도덕성 기준에 어떻게 부응해 나가야 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