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일 지방자치법 제111조 제1항3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광재 강원도지사(사진)는 즉시 업무에 복귀했다. 국회의원은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의원직을 유지하는 반면 자치단체장은 직무정지를 당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한시적 복귀'

재판관 5(위헌) 대 1(헌법불합치) 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헌재는 현행 지방자치법에 △무죄추정의 원칙 침해 △평등권 침해 △공무담임권 제한 △과잉금지원칙 위반 등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직무정지라는 불이익을 주는 지방자치법은 무죄추정 원칙 침해"라고 밝혔다.

"임기가 정해진 선거직 공무원의 직무를 '형이 확정될 때까지'라는 불확실한 시점까지 정지시키는 것은 헌법상 공무담임권 제한"이고 "국회의원의 경우 형 확정 전 직무를 정지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직무정지기간 동안 주민이 선출하지 않은 부단체장이 지자체 행정을 운영하는 것은 민주주의 및 지방자치제도의 원리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2011년 12월31일까지 해당 법조항을 개정하도록 했고,개정되기 전까지 적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일단 이 지사는 취임 이후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도지사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지사가 지자체장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는 대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집행유예 2년),2심에서 징역 6월(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받은 이 지사는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만일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확정 판결이 나오면,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상고심 선고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이르면 이달,늦어도 올해 안에 선고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하의 형이 선고되면 이 지사는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된다.

◆이 지사 복귀 후 강원도는

이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소극적인 강원도의 시대를 끝내고 도의 비전과 희망을 만들기 위해 일하겠다"며 그동안 밀린 업무를 추진할 의지를 밝혔다. 이 지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부산~속초~블라디보스토크~베를린~암스테르담을 연결하는 희망 레일 프로젝트 △행정안전부 · 기획재정부와 예산,철도 문제 협의 △무상급식 △인사 등의 사안을 조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직무정지로 강원도청의 인사에 손을 대지 못했다. 사실상 '신사업 공백 상태'였던 민선5기 강원도정도 이 지사가 지방선거 후 도정 인수위원회를 통해 제시했던 계획들을 속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수석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된 이 지사는 "유치 활동에 나서 도민들이 환희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대법원 확정판결로 직위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위험요소'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헌재 결정에 대해 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민의 뜻을 반영한 위대한 결정"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조영택 원내대변인은 "사필귀정의 당연한 결정으로 이 지사에게 도정을 맡기고자 했던 강원도민의 뜻이 실현된 것에 감사드린다"며 "대법원 판결에서도 결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내 대표적 친노 인사로 이 지사와 가까운 백원우 의원도 "민심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법원 판결이 빨리 확정돼 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조속히 정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