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중계 방송을 보던 A씨는 대타로 나와 깜짝 홈런을 친 신인 선수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리모컨으로 해당 선수를 북마크하자 인터넷에서 검색된 정보가 휴대폰에 떠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거친 화려한 경력을 보자 과거의 경기 모습까지 궁금해져 관심 선수로 등록해 둔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A씨가 PC를 켜니 방송사로부터 메일이 도착해 있다. 이를 클릭하자 어제 등록해 놓은 신인 선수의 경기를 모아 둔 주문형비디오(VOD) 영상 목록이 뜬다. 스마트TV의 등장과 3스크린 플레이의 활성화로 머지않아 나타날 TV 시청 모습이다.


휴대폰 PC TV 등 대표 전자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언제 어디서든 끊김없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3스크린 플레이 시대가 열린다. 자주 쓰는 서비스를 TV에 내려받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방식과 친구와 채팅하며 방송을 함께 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는 등 스마트TV가 능동적 시청 문화 기반의 TV 2.0 시대를 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PC-스마트폰-스마트TV 하나로 연결

스마트TV가 도입되면 'PC-휴대폰-TV'를 잇는 3스크린 서비스가 본격 확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TV로 보던 영화나 드라마를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으로,사무실 등에서는 PC로 이어 볼 수 있게 된다.

PC와 스마트폰에 이어 TV에도 운영체제(OS)가 탑재되면서 세 기기를 연결해 끊김없이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통신사 · 방송사들은 더 많은 가입자들을 확보하기 위해,제조사들은 스마트 기기 제품군의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3스크린 플레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3스크린 플레이가 발전하면 각 단말기별로 특화한 정보를 받아 보다 다양하게 콘텐츠를 즐기는 길도 열린다. TV에서 생방송을 보면서 태블릿에서는 관련 VOD를,휴대폰에서는 인터넷 정보를 동시에 확인하는 식이다. 호주 엔터테인먼트업체 후드럼(Hoodlum)은 ABC의 유명 드라마 '로스트'와 BBC '스푹스' 등을 PC 양방향 게임으로 개발,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나만의 TV 시대…채팅하며 방송 본다

전자산업에서 스마트란 단어는 흔히 지능적인(intelligent),여러 기능을 갖춘(multi-functional)의 의미로 해석됐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아이폰은 다양한 기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자신만의 휴대폰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어디에 있는지,기분이 어떤지 사소한 일상까지 지인들과 소통하는 SNS가 활성화된 것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개인화,소셜 네트워크화 등이 스마트의 주요한 의미로 자리잡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인터넷과 항상 연결된 스마트TV도 스마트폰과 비슷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드라마를 단순하게 보는 것에서 벗어나 관련 영상과 정보까지 함께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친구와 채팅을 하며 같은 영화를 보는 SNS 서비스도 인기를 끌 것이라는 설명이다.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맞물려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보던 TV가 휴대폰처럼 나만의 TV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콘텐츠 국경도 사라진다

인터넷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마트TV는 영어로 들어야 했던 CNN 방송을 한국에서도 자막과 함께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CNN 애플리케이션을 받고 구글 자동 번역 프로그램을 함께 구동하면 한글 자막을 넣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스마트TV가 방송 콘텐츠의 국경까지 허무는 셈이다.

인터넷의 수많은 콘텐츠 중 필요한 프로그램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TV포털의 등장도 예상된다. 무료 콘텐츠가 일반화된 인터넷의 영향을 받아 콘텐츠 대가를 받는 대신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새로운 방송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날 전망이다. 구글,애플 등 스마트 전쟁을 주도하는 업체들은 모바일과 TV 광고 시장으로 발을 넓히기 위해 관련 광고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장재현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스마트TV의 등장은 능동적인 인터넷 사용 패턴을 TV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이 이동통신 산업을 변화시켰듯이 스마트TV는 TV 2.0시대라 부를 수 있는 콘텐츠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