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공동보조를 맞추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후 주석은 지난 27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의 조속재개를 희망한다"고 말한 데 대해 "한반도 정세 완화와 외부환경 개선을 위한 북한의 적극적인 노력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동북의 각 성과 북한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창춘 · 지린 · 투먼(長春 · 吉林 · 圖們) 개발계획에 북한이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양국 정상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빨리 열자"

김 위원장은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견지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고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원치 않는다"면서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6자회담의 조기 재개 입장을 피력했다.

후 주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장성명을 발표한 이후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동향이 나타났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정세 완화와 외부환경 개선을 위한 북한의 적극적인 노력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동해와 서해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 · 미 연합훈련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한 · 미 연합훈련으로 불편해진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중국은 유관 당사국에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의 기치를 들고 현재의 긴장 국면을 완화하기 위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양국 정상이 북한과 중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서로 설명하며 발전전략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중국이 6자회담 조기 재개를 앞세워 공조를 강화함에 따라 대북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한 · 미와 새로운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경제 협력 시동

양국 정상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각 성과 북한의 교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신화통신은 밝혔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은 동북 3성(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이다. 이는 두만강변을 집중 개발,중국 동북부지역을 아시아의 물류허브로 만든다는 '창 · 지 · 투 개발 프로젝트'에 중국과 북한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창 · 지 · 투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선 중국이 동해로 나가는 뱃길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라진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집요하게 북한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또 창춘 지린 하얼빈 등 핵심 산업단지를 방문,경제협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창춘에서는 농업전람관 등을 찾았으며 하얼빈에서는 항공기계공장과 하얼빈공대를 방문했다. 지린시에선 화학공장에 들러 관계자들에게 설명을 들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월 랴오닝성의 핵심 산업도시인 다롄을 거쳐 중국경제의 중심도시로 부상 중인 톈진을 방문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김위원장은 이날 회담에서 "개혁개방으로 중국은 도처에서 생기가 넘쳐나고 내가 바로 역사 발전의 증인이 된 것 같다"며 중국의 경제발전에 대해 찬양했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회담내용을 보면 6자회담 재개와 경제적 지원의 빅딜이 성사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