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부실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은행들의 중소기업 부실 채권 비율이 통계가 발표된 이래 최고치로 치솟았고 대출 연체율도 급증했다. 경기 회복의 온기가 아직은 중소기업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오는 10월 말 중소기업 구조조정까지 예정돼 있다. 중소기업발 부실 폭탄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기 부실 채권 비율 급증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부실 채권 비율(고정 이하 여신/총 여신)은 3.04%로 3월 말의 2.19%보다 0.85%포인트 올랐다. 금감원이 2003년 9월 중소기업 부문을 떼어내 분기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기업 전체의 부실 채권 비율이 10%를 넘어선 적은 있지만 중소기업 부실 채권 비율이 3%를 넘은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기간별로 봐도 중소기업 부실 채권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9월 1.34%였던 부실 채권 비율은 같은 해 12월 1.93%,지난해 6월 2.49%까지 뛰었다. 작년 9월 2.39%로 소폭 하락한 뒤 12월에는 1.8%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1,2분기 연속 증가했다.

부실 채권 규모도 2008년 9월 6조7000억원에서 작년 말 9조3000억원,올해 3월 11조2000억원으로 증가한 뒤 6월에는 15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부실 채권이 1조3000억원에서 7조3000억원으로 6조원 증가하는 동안 중소기업 부실 채권은 9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신규 부실액도 급증했다. 2분기 발생한 신규 부실 채권 12조8000억원 가운데 중소기업 부실 채권은 8조5000억원으로 70%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부실 채권이 3조3000억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연체율 역시 급등했다. 7월 말 중소기업 대출채권 연체율은 1.87%로 전달에 비해 0.41%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1.19%로 6월보다 0.38%포인트 오른 것에 비하면 상승폭이 크다.



◆하반기 부실 더 늘어날 듯

중소기업 부실이 심해진 것은 1차적으로 올 6월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에서 65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면서 하도급업체 등 관련 중소기업의 채권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의 건전성 기준을 보다 강화토록 권고한 것도 부실 채권 비율 상승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지표상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내수시장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고 2,3차 하도급 관계에 있는 상당수 중소기업들의 불리한 거래 관행이 개선되지 못한 탓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 비중이 큰 중소기업들은 경기 회복의 수혜가 덜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반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권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어 중소기업 부실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채권은행들은 채권액 50억원 이상 중소기업 1만3000여곳을 대상으로 신용위험 기본평가를 실시,지난달 말까지 1286곳을 세부 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10월 말까지 세부 평가를 마쳐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하고 부실 기업에 대한 채권은행 공동관리나 퇴출 등 과감히 '메스'를 들이댈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한계기업들이 대거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 중소기업들은 다시 한 번 홍역을 치르 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라는 요인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중소기업의 부실 채권 비율이 상승할 것"이라며 "하지만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중장기적으로 부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