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27일)부터 일요일(29일)까지 한반도 일대가 'T자형 저기압 트랩(trap · 덫)'에 갇히면서 남북한이 모두 큰 비 피해를 입었다. 북한 신의주 일대는 동서로 뻗은 기압골(ㅡ자형)에, 남한은 남북(ㅣ자형)으로 형성된 열대성 저기압대에 갇힌 결과였다. 특히 신의주에선 압록강이 넘친 지 열흘 만에 다시 범람 위기에 처했다. 기상청은 30일에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오후나 밤에 국지성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전망했다.

◆'T 트랩'에 전국 폭우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남쪽 약 6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열대저압부(TD · 태풍보다 낮은 단계의 강풍을 동반한 저기압)가 북상하면서 점차 발달해 주말 동안 제주도와 남해안 등 남북에 걸쳐 많은 비를 뿌렸다. 당초 이 열대저압부는 서해상으로 북상하면서 수온이 29~30도 정도로 높은 해수면 을 지나 태풍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상층 기압골을 만나 이동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수증기의 공급이 약해 태풍으로는 발달하지 못했다.

29일에는 중국 발해만을 지나는 기압골이 동서 방향으로 비구름대를 형성하면서 수도권 등에 큰비를 내렸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한 비구름대가 느리게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서해안 지방과 중부 내륙지방에 천둥 · 번개를 동반해 국지적으로 최대 100~200㎜ 이상의 비를 뿌렸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그러나 "지역적으로 강수량의 차이가 컸으나 구름대가 점차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국지적인 강수 편차는 줄어들겠다"고 내다봤다.

◆비 피해 속출

북한 압록강변 지역엔 비상이 걸렸다. 가로로 놓인 기압골이 퍼부은 비로 인해 압록강 황거우댐 수위가 경계치를 넘어서면서 수문 방류가 임박해져 저지대인 신의주 인근이 물에 잠기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미 홍수경보를 내린 상태다. 지난 21일에 이어 다시 압록강이 범람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압록강변의 주요 기관과 호텔,음식점,상가는 모두 문을 닫았다.

남한에서도 곳에 따라 20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222㎜의 폭우가 쏟아진 인천에는 동구 송현동 배수펌프장 안에 빗물이 차는 등 공공기관 1곳과 상가 · 주택 33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날 낮 12시까지 최고 100㎜의 비가 내린 서울에서도 동부간선도로 월교 1교 지점의 중랑천이 통제수위인 16.2m에 임박해 진 · 출입로 부근 교통이 통제됐다. 청계천도 수위가 올라가면서 사고 예방 차원에서 이날 오전 일반 시민의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김일규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