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지수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시장 전망을 좋게 보고 선물을 매수하면서 지난달 초 이후 현물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어 왔던 외국인이 최근 들어 선물 매도 공세를 펴고 있다. 시장에 대한 대응 전략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닷새 연속 지수선물을 내다 팔았다. 이 기간에 순매도한 금액은 총 1조2939억원이다. 지난 6월10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 이후 일관되게 플러스를 유지했던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액은 27일 -2646억원을 기록했다. 꾸준히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던 외국인이 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선 것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은 6월 동시만기 이후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누적 순매수액은 일정 범위 내에서 등락을 거듭했다"며 "이는 2~3일 간격으로 포지션을 바꾸는 스윙트레이더들이 시장을 주도해 왔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스윙트레이더 대부분은 헤지펀드거나 헤지펀드 스타일로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은 매매 행태에 따라 △비교적 장기간 일관되게 매매 포지션을 유지하는 '포지션트레이더' △2~3일 간격으로 매수 포지션과 매도 포지션을 넘나드는 '스윙트레이더' △당일 포지션을 청산하는 '데이트레이더'로 나뉜다.

스윙트레이더들이 선물시장에서 순매도로 돌아서게 되면 지금까지 진행돼 온 '선물 고평가→선물 매도 · 현물 매수(매수차익 거래)→코스피지수 상승'과는 정반대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외국인 매도로 선물 가격이 하락하면 매수차익 잔액 청산(선물 매수+현물 매도)이 시작되면서 현물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질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불안한 현물시장에 프로그램 매도까지 가세하면 시장 불안이 증폭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27일 현물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 2836억원의 순매도가 나오며 코스피지수는 하락했다.

심 연구위원은 "선물시장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지속돼 현물주식 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코스피지수는 현물시장 전문가들이 상정하고 있는 기술적 저점보다 더 아래로 하락할 수 있다"며 "따라서 당분간은 선물시장 외국인의 동향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스윙트레이더

swing trader.통상 2~3일 간격으로 매매 포지션을 바꾸는 투자자를 말한다. 이들은 특정 가격대를 정해놓고 선물가격이 기준가 하단에 근접하면 사들이고,상단에 가까워지면 파는 기술적 매매를 반복하며 수익을 추구한다. 헤지펀드들이 주로 이런 투자전략을 구사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증권사도 스윙트레이딩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