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어제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총리직에 임명돼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 이상 누가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총리 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과거 두 차례의 총리 인준 부결(否決)에 이어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세 번째 총리 후보다.

김 후보자 사퇴는 청문회에서 '박연차 게이트'연루설과 스폰서 및 부인의 뇌물 수수 의혹,선거비용 대출,금전거래 등에대한 집중 검증을 받으면서 거듭된 말바꾸기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신재민 · 이재훈 후보자도 위장전입,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예상보다 컸다. 이들의 사퇴로 세대교체를 내세워 40대 총리 후보를 지명하고 새로운 내각 진용으로 임기 후반기를 이끌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 구도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깨끗하고 유능한 인재를 찾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다. 과거 여러 차례 유사한 흠결로 낙마한 고위 공직자들이 적지 않았는데도 또다시 같은 불상사가 반복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중대한 허점이 있고,후보자의 법적 책임이나 도덕성에 대한 판단기준이 일반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턱없이 못미친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이제 새 총리와 장관 후보 인선이 급한 과제가 됐다.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능하고 자질이 뛰어난 사람들을 하루빨리 뽑아야 하지만,이번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더욱 철저한 검증을 통해 법적 · 도덕적 결함이 없는 인물을 찾는 데 최우선적인 역점을 두지 않으면 안된다.

청와대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공직 인사검증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이 대통령도 인사검증을 더욱 엄격하게 하는 제도개선을 주문했지만,자질과 능력에 앞서 도덕성과 준법의 검증 잣대가 최소한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서둘러 바꾸고 보완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공직자를 뽑을 수 있고,소통과 친서민을 바탕으로 공정한 사회를 구현한다는 국정지표도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