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 볼리비아 대통령이 27일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과 충북 오창 공장을 찾아 4시간50여분간 LG의 2차 전지 기술력을 살펴봤다. 구본무 LG회장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모랄레스 대통령 일행을 맞아 연구시설과 생산공장을 직접 안내했고 점심도 함께 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LG의 기술력이 놀랍다"고 감탄했다고 그룹 관계자가 전했다. 세계 최대 리튬 자원보유국인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과 글로벌 2차전지 강자로 떠오른 LG 구본무 회장의 이날 만남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방한에 맞춰 리튬이 산업화되는 공정을 보고 싶다는 요청을 했고 이에 따라 리튬 이온 2차전지 생산시설인 LG화학 공장을 방문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리튬 원석 대신 가공을 거친 리튬 소재를 협력사에서 조달해 쓰기 때문에 리튬 광산 보유국인 볼리비아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하지만 모랄레스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정부의 자원외교에 협력하기 위해 구 회장이 안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엑토르 아르세 하원의장,비비아나 카로 이노호사 개발계획부 장관 등 볼리비아 인사 10여명과 이상득 국회의원,김홍락 주(駐)볼리비아 대사 등이 동행했다. LG에서는 구 회장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나와 영접했다.

오전 10시께 대덕 기술연구원에 도착한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지사업에 대해 브리핑을 들은 뒤 관련 연구소를 둘러봤다. 이어 오창으로 이동해 자동차용 2차전지 배터리 공장을 살펴봤다. 구 회장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는 리튬 전지의 친환경 효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느냐"며 2차전지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배석했던 한 관계자가 전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한달새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기술과 관련해 두 나라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달 15일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서 열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외국 기업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LG 관계자는 "외국 정상들이 2차전지에 관심을 기울여 직원들이 더 큰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게 됐다"며 "대전 기술연구원과 충북 오창공장은 LG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중 · 대형 2차전지를 생산하는 심장과 같은 곳이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대전 기술연구원은 1993년 2차전지 독자개발에 착수,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일본 경쟁사들을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한 곳이다. 오창공장은 소형 2차전지 분야 세계 3위인 LG화학의 생산거점이다. 기존 소형 2차전지 공장 인근에는 1조원을 들여 올 하반기 완공 목표로 세계 첫 전기차용 배터리 전용공장까지 짓고 있다.

김태훈/이정호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