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두고,왜 길 아닌 데로 가나》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저자가 '시장주의'라는 망원경으로 바라본 2000년대 한국 경제에 대한 칼럼집이다. 저자는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을 시작으로 국가경영전략연구원 등을 거쳤고,초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중소기업연구원장 등을 지내며 최근까지 많은 에세이를 발표해 왔다.

이 책을 읽는 묘미는 지나간 경제 상황을 바라보며 현재의 경제를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직후의 고성장주의 정책부터 좌초된 벤처 신화의 꿈,주5일 근무제 도입과 시장논리,환율쇼크,한국은행의 독립성 등은 현재의 다른 상황 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시장주의와 국가 발전에 대한 저자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3년 6월 아프리카 대륙의 남동쪽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에서 현지 정부와 세계은행이 공동 주최한 최고위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경제시스템에 대한 분명한 선택과 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면서 이를 지속적으로 밀고 가는 국가지도력,즉 리더십이 중요하다. "

단순히 한 개인의 리더십뿐만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구축한 리더십을 포함하고 있다. 그가 마다가스카르 정부 관료들에게 자유경제의 중요성을 설파한 곳은 공교롭게도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1979년 사회주의 정권을 위해 지어준 옛 대통령궁이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