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과 일본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은 더블딥(일시적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고,일본은 국가 부채를 줄이지 않으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문에서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비드 위스 S&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경제와 한국 신용등급 전망'세미나에서 "미국의 경기 회복을 이끌 수 있는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최상의 시나리오는 경기가 느리게 회복되는 것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연말께 더블딥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택시장에서는 정부의 주택 구입자금 지원 정책이 4월 말 끝난 뒤 더블딥이 일어났다"며 "주택 가격은 내년 1분기까지 10% 정도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들의 디레버리지(부채 줄이기)와 이에 따른 소비 부진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킴응탄 S&P 아시아국가 신용등급 담당이사는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라며 "경제성장률이 낮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탄 이사는 "구조적인 개혁을 통해 국가부채를 줄이지 않는 한 일본에 대해서는 계속 부정적인 전망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S&P 신용등급은 위에서 세 번째이자 한국(A)보다 세 단계 높은 AA다.

S&P는 선진국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5.5~6.0%,내년 4.3~4.8%로 제시했다.

그러나 저출산 · 고령화와 지정학적 위험 등은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탄 이사는 "한국은 경제활동 인구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종적 동질성이 강해 개방적 이민정책을 통한 인구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체제 전환 및 정권 교체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S&P는 "PF 부문에서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해 부실채권 비율이 20%대로 높아질 것"이라며 "가계부채도 가처분소득에 비해 많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