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255억5200만달러,트위터 21억9000만달러,징가 47억1000만달러….셰어스포스트란 인수 · 합병(M&A) 중개기업이 산정한 미국 신생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가치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페이스북 가치는 30조원쯤 되고 트위터와 징가는 각각 2조5600억원과 5조5000억원쯤 된다. 2004년 설립된 페이스북이 여섯살로 나이가 가장 많고 트위터와 징가는 네살배기,세살배기다.

여섯살배기 페이스북 가치가 30조원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장외시장 거래가격 기준으로는 337억달러(39조원).이베이 시가총액(301억달러)보다 많고 야후 시가총액(183억달러)의 2배에 가깝다.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5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으로 지금은 구글까지 위협하고 있다. 2004년 하버드대 학생이었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스물여섯살 총각이다.

징가는 창업 3년 만에 세계 최대 소셜게임 업체가 됐다. 징가와 경쟁했던 플레이피시는 작년 11월 게임업체 EA에 4억달러에 팔렸고,플레이돔은 최근 디즈니에 7억6320만달러에 매각됐다. UC버클리 대학원생 때 플레이돔을 세웠던 중국계 미국인 2명은 회사를 키워 큰 돈을 받고 넘김으로써 2년 만에 돈방석에 앉았다. 이들한테 돈을 댄 벤처캐피털들도 수십배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 IT 벤처업계에서 구글 애플 등은 넘어서야 할 산이면서 한편으로는 자금줄이기도 하다. 구글 애플 등은 신생기업들이 개발한 첨단 기술을 사들여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한다. 애플은 칩 개발회사를 인수해 아이폰을 혁신했고,구글은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인수해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았다. 상생과 경쟁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우리나라 IT업계는 요즘 미국 따라하느라 정신이 없다. 포털 사이트에 소셜게임을 접목하는가 하면,트위터 닮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시도하고 포스퀘어 같은 위치기반 서비스도 내놓았다. 그룹폰을 벤치마킹한 소셜 커머스 사업자는 100일 만에 30개 이상 생겨났다. 통신업체나 휴대폰 메이커들은 애플을 벤치마킹해 앞다퉈 앱스토어를 열었다. 'IT 강국' 자존심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신생기업 사장들은 미국 벤처 생태계를 부러워한다. 우수한 인재와 풍부한 자금이 몰리고,신생기업들이 매력 있는 신제품 신기술을 내놓아 대박을 터뜨리고,이걸 보고 다시 인재와 자금이 몰리고…,한마디로 선순환이다. 우리는 반대다. 인재들은 이공계를 기피하고 자금은 늘 부족하다. 대박 터뜨렸다는 얘기도 없다. "페이스북도 한국에서 사업했다면 망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뭐가 잘못됐을까? 트위터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중요한 것은 자금이다(@limmoonyoung),사업 모델을 보호해줘야 한다(@alwayswinner),실패를 비난하지 않는 분위기가 중요하다(@kiipos)….요약하자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면 인재와 자금이 몰린다,어디선가 악순환 고리를 끊고 선순환으로 바꿔줘야 한다는 얘기다.

둘러보면 울화통 터지는 법제가 한둘이 아니다. 기술은 광속(光速)으로 발전하는데 법제는 개발연대에 머물러 있다.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조차 없는 나라에서 징가 같은 기업이 나오겠는가. 정부는 2년 전에 법률개정안을 국회로 보냈다고 하고,국회는 아무 생각이 없다. 늘 이런 식이다. 세금이 아깝다. 신생기업들이 춤출 수 있는 에코시스템(생태계)을 생각이나 해봤는지 모르겠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