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마련 계기", "北 정치적 이용" 등 분석 다양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향후 북.미 관계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을 놓고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는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방북이 천안함 사건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에서부터 북한이 전직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정치적 선전물로 이용할 뿐이라는 비관적 견해까지 망라돼 있다.

결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기회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세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 정책연구원의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FPIP) 소장은 2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를 신중하지만 낙관적으로 본다"며 "이번 방북은 미.북 양자 현안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페퍼 소장은 카터 전 대통령이 1994년 방북시 김일성 주석과 면담했다는 특별한 인사라는 점에서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며, 북한은 이 방북을 보다 강력한 제안을 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기존의 봉쇄(containment) 정책에서 벗어나 관여(engagement) 정책을 다시 생각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카터 전 대통령은 그러한 계기를 마련할 최적임자"라고 말했다.

반면 대북 강경정책 필요성을 주장해온 데니 로이 하와이대 동서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또 한 차례의 미국 전직 대통령의 방북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국내적 선전을 위한 승리물을 건네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북한 매체들은 이번 방북을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에게 은혜를 베풀도록 부탁하기 위한 방문으로 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북이 양자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특사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기반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북한과 소통 채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근본 문제는 북한 지도자들이 현재 우리가 따르기를 원하는 정책을 추구하는데 관심이 없다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그런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큰 의미를 둘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센터 소장은 결국 이번 방북 결과의 향배는 김정일 위원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개인적 차원의 방북이고, 미국 정부가 정책적인 유의미성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번 방북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북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서 중요한 점은 "김일성 주석이 북미관계 진전에 대한 대가로 비핵화 약속을 밝히면서 대결국면을 협상국면으로 전환하는데 카터의 방북을 활용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에 김 주석처럼 비핵화 약속 이행 의지를 다시 밝힘으로써 현재의 대결국면에서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수단으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이용하려 할 경우 향후 상황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카터 방북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그런 태도 변화의 장을 제공하겠지만, 문제는 1994년과 같은 방식으로 이를 활용할 것인지는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