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판사는 판단하고 처벌하는 직업입니다.과연 이 직업을 통해 얼마나 힘든 사람들을 위로해 주었는지,얼마나 슬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었는지,얼마나 답답한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었는지 항상 자문해왔습니다.그렇게 제게 주어진 그 칼은 늘 무겁기만 했습니다.”

김영란 대법관(54)은 24일 퇴임식에서 “이제 그 칼을 돌려드리고 법원 밖의 세상으로 나가겠다”면서 “법관의 경험을 살려 세상에 기여하고 봉사할 수 있는 새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김 대법관은 “사법부가 선출직이 아닌 중요한 이유는 다수결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법치의 혜택을 점점 넓혀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2004년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된 김 대법관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최초의 여성대법관으로서 출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고,몹시 불편하고 두려웠다”면서 “대법관의 자리는 출세의 자리도 법관들의 승진 자리도 아닌,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거기에서 바람직한 최선의 길을 찾는 고뇌의 자리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